이스라엘 대규모 시위로 네타냐후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마스 인질 사망 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국제법 위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를 중지하기로 했다고밝혔다.
3일 뉴욕증시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검토 결과, "특정 무기 수출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분명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내준 대이스라엘 수출 허가는 350건으로, 이번 결정은 그중 약 30건에 해당한다. 그동안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이 다수 사망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으며 지난 7월 초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이 문제를 검토해 왔다.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에 일부 무기 판매를 중단한 서방 주요 동맹국은 영국이 처음이라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영국의 상당한 정책 변화를 보여준다.앞서 스타머 정부는 하마스와 연계 의혹이 제기됐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스라엘로선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서방 주요 동맹국의 압박이 커진 만큼 외교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영국의 이스라엘 방위로의 수출 허가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영국의 결정이 "테러조직 하마스와 이란 대리세력에 아주 문제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 방송에 적어도 70만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시위 규모가 텔아비브에서 약 30만명, 전국적으로 5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텔아비브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며 그의 대처를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피살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루살렘에서는 시위대가 총리실을 에워쌌다. 회원 80만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는 휴전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2일 총파업을 시작했다. 히스타드루트가 이끄는 총파업 개시에 맞춰 인질 가족이 참여하는 시위대가 텔아비브 등지의 주요 교차로 10여곳에서 거리를 봉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총파업에는 운송,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가 가담했다. 정권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1일 내각회의에서 "나는 부상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배웠다. 이건 도덕적 수치다"라고 비난하며 "인질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정권 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인질 석방을 위한 총파업에 대해 "하마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