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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음 돌린 '오공 효과'?…판호 빗장 푸는 中

서유기 배경 신작 게임 '검은 신화: 오공'
사흘 만에 1000만장 판매로 글로벌 히트
中 외교부 대변인 "중국 매력 살린 걸작"
올해 판호 발급, 전년 대비 39.5% 증가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9-02 17:00

'검은 신화: 오공' 이미지. 사진=게임 사이언스이미지 확대보기
'검은 신화: 오공' 이미지. 사진=게임 사이언스

'게임업계 길들이기'에 한창이던 중국 정부가 고삐를 풀고 있다. 현지 게임사에서 중국 전통 설화를 주제로 한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자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중국 미디어 검열 기구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8월 온라인게임 서비스 허가 출판심사번호(판호) 목록을 공개했다. 한 달 동안 판호 허가를 받은 게임은 총 117개로, 202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35개(11일 66개, 30일 69개) 판호를 내준 이래 2년 만에 가장 많은 판호를 발급했다.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발행된 판호의 수는 85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9개 판호를 내준 것에 비해 훨씬 많은(39.5%) 판호가 나왔다"며 "2021년 8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진행된 '판호 동결' 규제 이후 시장이 회복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게임 친화'적 움직임의 직접적 사례로는 올 8월 20일 출시된 '검은 신화: 오공'이 거론된다. 신생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의 데뷔작인 '오공'은 콘솔 시장을 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출시 사흘 만에 1000만장의 판매량을 올리는 등 '글로벌 히트'에 성공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이 게임에 관한 기자 질의에 "중국 문화의 매력을 반영하는 고전 걸작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중국 관영 매체에서도 연이어 "전통 문화의 붐이 다시 일어났다", "게임 산업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호평하는 모양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2023년 7월 베이징에서 개최한 '출판심사 싱크탱크 건설 계획' 심포지엄 현장의 모습. 사진=국가신문출판서·베이징대학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2023년 7월 베이징에서 개최한 '출판심사 싱크탱크 건설 계획' 심포지엄 현장의 모습. 사진=국가신문출판서·베이징대학
중국의 이러한 모습에 '급작스런 태도 변화'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의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지목하며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모바일 게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BM)들을 대거 규제하는 이른바 '온라인 게임 관리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발표 후 텐센트, 넷이즈 등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돌연 공산당 내 게임 규제 담당 국장을 해임하고 해당 규제안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기존에도 게임업계에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왔는데, 해외 시장 성과를 보고 '당근'에 집중하는 듯 하다"며 "규제·검열로 대표되는 '채찍질'은 인터넷 전반, 특히 소셜 미디어 분야에 상대적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공안국과 사이버공간관리국 등이 지난달 25일 실시한 '국가 네트워크 신원 인증 공공서비스 관리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내 인터넷에선 실물 신분증과 안면 인식 인증을 받은 정부 공인 ID만을 사용할 수 있는 규제로 사실상 '중앙 집중식 인터넷 감시 체제'를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은 같은 달 20일, 자금세탁·범죄 수익 환수 관련 조항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을 통해 암호화폐와 온라인 게임 내 재화, 인터넷 라이브 방송 후원 등을 감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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