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임박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거나 공급할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인 블랙웰의 출시가 지연되거나 계획이 변동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변화가 불가피하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분기(회계연도)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을 열고 실적과 함께 블랙웰의 향후 로드맵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블랙웰의 출시 지연 여부다. 블랙웰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뛰어넘는 엔비디아의 최신형 제품으로 AI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AI 흐름을 이끌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대만 언론을 중심으로 블랙웰 GB200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출시가 내년 1분기로 연기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사실일 경우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HBM 수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블랙웰은 기존 AI 칩인 H100보다 2배 더 많은 16개의 HBM3E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웰이 정상적으로 출시될 경우 HBM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출시가 지연되면 올해 증가가 예상됐던 HBM 수요가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곳은 SK하이닉스로 블랙웰에도 SK하이닉스의 제품이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이다.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테스트 통과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통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는 없다. HBM3E 제품도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만큼 테스트 통과 시 블랙웰에 삼성전자의 제품 탑재 가능성도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로드맵 변경이 HBM 수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랙웰의 출시가 당초 예상됐던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연기된다 하더라도 전작인 하퍼를 계속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HBM 수요는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블랙웰의 HBM 탑재량이 기존 하퍼 대비 많지만 블랙웰 GB200 제품은 최고 사양인 만큼 판매량이 많지 않을 수 있어 HBM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웰이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인 만큼 관련 정보는 HBM 수요와 직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엔비디아의 발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