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미국, 유럽에 이어 서방의 중국 전기차 견제행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무역 분쟁을 넘어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향후 상황 전개도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 서방의 중국 전기차 견제 강화
캐나다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과 미국의 관세 조치에 이은 것으로 캐나다 재무부는 중국에서 생산된 모든 전기차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0월 1일부터 부과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10월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5월에 미국은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4배인 100%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EU도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최대 36.3%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에는 아직 중국 자동차 브랜드를 흔히 볼 수는 없지만, BYD와 같은 일부 기업은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므로 선제적으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의 이런 조치는 중국의 저가 전기차가 자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는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번 조치는 테슬라를 비롯한 서방 전기차 기업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2023년 판매량이 약 13만 대로 전체 신차 판매의 9.5%를 차지했다. 이 중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약 30%였다. 관세로 BYD 등 중국 브랜드의 진입이 어려워질 경우, 테슬라와 GM, 포드 등 북미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혁신 경쟁 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들은 관세를 우회하려고 북미나 유럽에 생산 기지를 설립할 수 있다. 실제로 BYD는 이미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멕시코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는 서방 자동차 기업의 비용 우위를 약화할 수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 경쟁도 과열될 것이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진출 확대로 서방의 전기차 기업들은 힘든 경쟁에 노출될 것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혁신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산업에 1조 위안(약 18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테슬라와 같은 기존 서방 업체들에 큰 혁신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 중국의 대응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 정부는 이미 WTO 제소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자국 시장 보호와 함께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에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서방 시장 진출 제한에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캐나다의 고율 관세 부과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패권과 일자리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변화는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기술 혁신 속도가 둔화할 우려도 있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거시적 변화가 개별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투자 결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대응이 기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전기차 전쟁의 서막은 올랐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달린 한판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