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최근 국영 투자기관과 사모펀드 등 ‘큰손’들에 시장 안정과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런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증시 침체의 실상과 원인
중국 증시의 침체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CSI 300 지수는 올해 최고치 대비 10% 하락했으며, 2021년 2월 고점(5807.72) 대비 약 30% 하락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021년 말 12.9조 달러에서 2023년 8월 현재 9.5조 달러로, 약 26% 감소했다.
이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위기 △소비 부진 △청년 실업률 상승 △미중 갈등 심화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의 대표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는 전반적인 경제 불안을 가중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거대 기술 기업 규제 강화로 인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증시 침체의 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로 중국에 유입했던 글로벌 자금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 등으로 유입된 것도 작용했고, 중국의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투자를 외면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 중국 정부의 부양책과 그 한계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노력이 나왔다. 중국의 증시 부양책은 단순히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만이 아닌,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연준(Fed)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달러 약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증시 매력도를 높여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대개는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큰손’ 투자 독려와 시장 개혁 노력은 이런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칭 CSRC 위원장은 기관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수와 장기 투자를 촉구하며, IPO 등록 시스템 개선, 저조한 실적 기업 퇴출 등 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사회보장기금이 전략적 분야를 중심으로 자본 시장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즉 부동산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 등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중국을 빠져나간 해외 자본들이 다시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도 당장은 실현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중국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의 유동성을 제약할 것이다.
◇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 증시의 침체는 단순한 주가 하락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증시의 침체는 중국 경제 전반의 둔화를 반영하며, 이 영향은 중국 국경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파급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많은 국가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므로, 중국의 수입 감소는 이들 국가의 수출 둔화와 직결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이다. 중국의 수요 감소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며, 이는 원자재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철강, 구리, 석유 등의 가격이 영향을 받으며, 이는 다시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 역시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 중국 시장 침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일부 산업과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의 제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 기업 해외 진출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
중국 증시의 침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화학,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의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의 부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선 없이는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 증대와 혁신, 그리고 시장의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대응과 경제 지표의 변화를 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