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플랫폼스(메타)가 애플 비전 프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던 프리미엄 MR(혼합 현실) 헤드셋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가 시장에서 사실상 '실패작'으로 결론 남에 따라 MR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IT 매체 디 인포메이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최근 경영진 회의 중 프리미엄 MR 헤드셋 '라 졸라(La Jolla, 가칭)' 계획을 검토한 후 이를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라 졸라'는 비전 프로에 탑재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고해상도 OLED를 탑재한 모델이었다. 지난해 11월, 2027년 이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개시했으나 1000달러(약 132만원) 미만의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올 2월, 최저가 모델 기준 3499달러(약 462만원)의 가격에 내놓은 MR 헤드셋이다. 애플이 처음으로 VR·AR(가상·증강현실) 헤드셋 시장에 도전했다는 점, 기존 VR 헤드셋 대비 몇 배 수준인 높은 가격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조사 업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비전 프로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40만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보다 저렴하게 재구성한 후속 기기를 개발 중이나, 이마저도 재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전 프로의 실패는 VR·AR업계 전반에 악재라는 평이 나온다. 애플은 빅테크 안에서도 하드웨어의 디자인과 이용자 친화성 측면에서 고평가 받는 만큼, 애플의 시장 진출이 VR·AR 대중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것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VR업계 관계자는 "VR 시장 초창기부터 업계인들 사이에서 '애플이 VR 헤드셋을 출시하는 시점이 업계 최고의 모멘텀'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며 "비전 프로의 소비자 가격이 공개됐을 때부터 불안하다는 우려가 조금씩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애플·메타의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6월, 회사의 VR·AR 사업부인 '윈도 믹스드 리얼리티'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확대보다는 미국 국방부를 위시한 기존의 B2B(기업 간 비즈니스) 고객들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인 LG전자의 메타와의 관련 협업 역시 중단됐다. 저커버그 대표가 올 2월 한국을 방문한 시점에 LG전자는 "메타와의 협업을 통해 내년 출시 목표로 확장현실(XR) 헤드셋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6월 들어 해당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고 메타와의 XR 관련 협업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프리미엄 헤드셋이 아닌 중저가형 소비자 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9월 25일 개최할 자체 쇼케이스 '커넥트 2024'에서 VR 헤드셋 퀘스트3의 염가판 '퀘스트3S'를 공개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퀘스트3는 소비자 가격 기준 최저 499달러(69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상용화된 VR 헤드셋 중 가장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