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현상이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린 장본인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식료품과 과실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관측이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사과와 배를 비롯한 과실 물가는 0.4%포인트(p) 올랐는데, 이는 전 품목 단위 상승률(0.04%p)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일명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중장기 과일가격 상승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이상고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요인을 포함한 기후위험지수(CRI)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 추세를 견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이상기후 충격은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의 약 10% 상당 기여했다. 이상기후 변화는 지난 2001년을 기점으로 산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2010년 이후부터는 인플레이션에도 직·간접적인 파급력을 미쳤는데, 특히 물가 상승 체감이 급격히 높아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품목별로는 식료품과 과실의 타격이 컸다. CRI를 활용해 식료품, 과실, 채소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필립스 곡선을 추정한 결과 각각 0.18%p, 0.4%p, 0.32%p로 집계됐다. 전 품목 단위가 0.04%p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영향을 받은 셈이다.
산업별 성장성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2001~2023년 농림어업과 건설업의 성장률은 각각 1.1%p, 0.4%p 하락했다.
정원석 한은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국제 평균 기온이 상승한 영향이 국내 기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모양새인데, 이는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축산물 수입으로 인한 대체효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영향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상기후 심화로 인해 물가상승의 ‘지속성’은 과거보다 더 길어진 경향을 보이는 데다, 식료품은 특히 타격감이 크기 때문에 밥상 물가 안정화를 위해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