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가짜 사진이나 가짜 동영상이 정치판에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됐으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실제로 현실화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우려의 중심에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직 사퇴 이후 바이든의 대타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낀 트럼프 캠프가 해리스 진영이 AI 기술로 지지자 군중의 규모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 거짓으로 드러난 트럼프의 ‘해리스, AI로 지지 군중 규모 조작’ 주장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의 무리수는 그가 이날 보수 성향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7일 전용기를 타고 도착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웨인 카운티 공항에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지지자가 운집했다고 해리스 캠프 측이 밝힌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이날 이곳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그가 지명한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공동 선거 유세가 열렸다.
트럼프는 이 글에서 “마치 해리스가 도착한 공항에 1만명의 군중이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해리스 측이 공개한 사진은 AI로 조작된 가짜이고 카멀라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 이미지를 이용한 것은 선거 부정”이라면서 해리스가 이번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의 해니 패리드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트럼프가 가까로 규정한 사진의 진위 여부를 판독한 결과 AI 기술이 적용된 흔적이 전혀 없는 진짜 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도 “당시 공항에 해리스가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에어 포스 투 전용기에서 내리는 것을 수천 명의 사람들과 NYT를 포함한 뉴스 매체가 목격했다”면서 “대규모 군중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행사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면서 “약 1만5000명의 해리스 지지자들이 해리스를 맞기 위해 활주로로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 AI 기술 동원한 가짜 정보 넘쳐나지만 대책은 없어 우려 확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해리스의 유세장에 대규모 군중이 모인 것을 가짜로 규정하는 무리수를 범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동시에 첨단 AI 기술의 확산으로 선거 과정에서 조작된 이미지나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용이해진 것도 앞으로 매우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가짜 정보의 기술적 완성도가 최첨단을 걸으면서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정치 지형이 양극화돼 있는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 판을 칠 가능성이 크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돼 있지도 않고 있을 뿐더러 공론화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