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단문 소셜미디어 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2년 말 X를 개인회사로 인수한 이래 ‘표현의 자유’를 어느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강조해온 표현의 자유는 저의를 의심 받고 있다.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주요 X 광고주들의 이탈 사태를 촉발시킨 것을 넘어 최근에도 영국 사회에서 노동당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극우세력의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폭동 사태를 두고 “영국에서 내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키어 스타머 정부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X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는 머스크의 좌충우돌식 발언이 글로벌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강화론을 결정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머스크, 잇달아 영국 정부 비난
머스크는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정치적 올바름과 소수자 보호를 강조하는 ‘워크(woke)’와 옛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Stasi)’를 합친 ‘워크 슈타지’라는 표현을 사용해 스티븐 파킨슨 영국 검찰청장의 최근 발언을 비난했다.
파킨슨 청장은 영국 전역에서 반이민·반이슬람 폭력 시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지난 6일 BBC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테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英 커뮤니케이션청, 머스크 발언 계기로 ‘온라인 안전법’ 시행 시점 앞당길 가능성
그러나 영국 정부가 X에 대한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관측되면서 머스크가 앞으로도 이같은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의회가 지난해 10월 제정한 ‘온라인 안전법’에 따라 영국 커뮤니케이션청(Ofcom·오프컴)이 유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7일 보도했다.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은 온라인 상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할 법적 책임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합법이지만 유해한’ 콘텐츠를 적절히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통과로 앞으로 영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도 가짜뉴스, 불법 또는 유해 콘텐츠, 음란물 등으로부터 어린이와 미디어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의무가 됐다.
예컨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 불법 및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고, 문제가 있는 내용을 미리 인지하고 삭제하는 등대 신속히 대응할 의무가 생겼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되는데 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오프컴이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오프컴은 온라인 안전법을 내년 초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머스크의 발언을 계기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와 폭력 조장 발언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시행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영국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피터 카일 과학혁신기술부 장관도 영국 총리실이 당초 예고한대로 X는 물론이고 메타플랫폼스와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 관계자들과 지난 6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 “유해 온라인 콘텐츠 강력 규제”
영국뿐 아니라 영국과 이웃한 아일랜드에서도 X를 겨냥한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등교육부 장관 출신으로 지난 4월 아일랜드 역사상 최연소인 37살에 아일랜드 정부 수반 자리에 오른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유해 온라인 콘텐츠를 가장 앞장서 관리하는 국가로 아일랜드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최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일랜드 언론은 해리스 총리의 이같은 언급이 다분히 X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