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막대한 전력 수요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고 9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 미국의 원전 전력 기여도와 비전
미국에는 현재 93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이다. 원전은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하고, 이는 청정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
장기적인 원전 비전과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부(DOE)는 2050년까지 현재 수준의 원전 발전 용량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200~400GW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상용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SMR은 2030년대 초반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전의 유연성과 경제성을 높일 계획이다.
◇ 미국의 원전 인식 변화 배경
미국의 원전 인식 변화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배경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압박이다. 원전은 대규모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AI 시대의 도래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도 한몫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술 혁신도 중요 요인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 진전을 보이면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런 배경 속에 미국은 원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을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SMR 등 첨단 원자로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도 전통적으로 원전에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공화당은 원전을 강력히 지지한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측면에 원자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와 기술 개발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입장이 다소 엇갈리는데, 일부 단체는 아직 안전성과 폐기물 문제를 들어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지만, 다른 일부는 기후 변화 대응 차원 원전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퓨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56%가 국내 원전 확대에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확실히 미국의 주요 정치인과 환경단체,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원전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원전 투자 확대 현황
원전 인식 변화는 곧바로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민간 부문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SMR 등 첨단 핵분열 기술에 대한 투자는 2023년 3.55억 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39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핵융합 기술 투자도 전년 대비 88% 증가한 3.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 차원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원전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여됐고, 에너지부의 원자력 연구 및 상용화 프로그램에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다.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샘 알트만 등 테크 기업 창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눈에 띈다.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 미국 전력 수급에 미칠 영향
이런 변화는 미국 전력 수급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안정적 기저 전력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후화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전력 공급 믹스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재생에너지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SMR 등 분산형 원전이 도입되면 지역별 전력 수급 균형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 글로벌 에너지 시장 영향 전망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원전 르네상스’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기술 개발 주도로 글로벌 원전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러시아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면서 각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SMR 등 신기술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국제 핵비확산 체제가 필요할 수 있으며, 핵연료 주기 관리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 향후 과제와 전망
그러나, 원전 부활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술적 과제가 있다. SMR이나 핵융합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 시기가 불확실하며, 경제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경제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초기 투자비용이 대규모로 소요되며, 장기의 투자 회수 기간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여전하다. 원전 안전성에 우려가 계속되고 있으며,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책적 일관성 유지도 중요한 과제다. 원전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일관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국제 협력 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미국의 원전 부활 노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경제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앞으로 미국의 원전 정책 추진 과정과 그 성과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