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전문 플랫폼 팁랭크스에 따르면 주요 IT 공룡들의 ‘캐펙스(CAPEX)’ 기준 투자 현황을 들여다본 결과 불꽃 튀는 투자 경쟁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펙스란 기업이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출하는 자본을 말하는 것으로, 장기적인 의미의 설비투자 또는 시설투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는 단기 자본 지출과 구별된다.
8일(현지시각) 팁랭크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아마존, 애플 등 세계적인 IT 대기업들이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회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캐펙스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팁랭크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서도 생성형 AI 시장 선두 업체인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MS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 MS, AI 사업 캐펙스 투자 19조 넘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MS는 2024회계연도 4분기(2024년 7~9월) 동안 139억 달러(약 19조1625억원)에 달하는 캐펙스를 AI 사업과 관련된 자산과 장비를 확충하는 일에 집행한다는 계획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캐펙스 투자액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MS가 향후 15년간 AI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수익을 내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2025회계연도에는 캐펙스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알파벳, 17조9000억 캐펙스 투자
알파벳은 2024회계연도 2분기 중 13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에 달하는 캐펙스 투자를 벌였다면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데 주로 투자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집중 투자가 효과를 내면서 구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모델 '제미나이'의 사용자가 개발자 기준으로 지난 2분기 중 150만 명을 넘어섰다고 알파벳은 설명했다.
루스 포랫 알파벳 CFO는 올해 말까지 120억 달러(약 16조5300억원) 규모의 추가 캐펙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구체화된다면 알파벳의 AI 관련 캐펙스 투자가 MS를 능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메타, 2분기 중 11조7000억 투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스는 2024회계연도 2분기 중 85억 달러(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캐펙스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메타플랫폼스는 자체 개발한 AI 모델 라마와 관련한 인프라, 서버, 데이터센터 확충에 이 자금을 집중 투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마크 저커버거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때를 늦춰 투자하기보다는 다소 이르다는 느낌이더라도 AI 관련 투자를 선제적으로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캐펙스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아마존, 지난 상반기 중 42조 투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규모로만 보면 캐펙스 투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중 AWS가 집행한 캐펙스 투자가 305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투자 대상에는 AWS가 챗GPT의 대항마로 개발 중인 AI 챗봇 메티스와 관련한 사업 외에 다른 IT 사업도 포함돼 있다.
◇ 애플, 독자적 AI 모델 없어 투자 규모 상대적으로 작아
이에 비해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은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AI 모델이 없어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캐펙스 투자가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독자적인 AI 모델을 내놓는 대신에 챗GPT를 자사의 기존 제품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AI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