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HD현대 회장이 하반기 들어서며 더욱 짙은 안갯속 상황에 놓인 사업 현황을 타파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리더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했다.
또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이르면 이달 말까지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수립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 체제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중점 사업 부문 투자 선정 및 조직개편과 인사 등도 예년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7일 HD현대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전체 회의를 긴급 소집해 최근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논의했다. 지난주부터 조선소 등 현장 직원들이 2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가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진들이 모여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권 회장, 정기선 부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이 참석했다.
권 회장은 CEO들이 책임감을 갖고 전 임직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주가, 환율, 유가 등 글로벌 경제 지표들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각 사 대표의 진심 어린 책임감이 불확실성 극복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회사가 직면한 위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장단들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인공지능(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거품 논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최근 급격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또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이라는 HD현대의 사업 구조상 글로벌 경기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음을 공감하고, 각사별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기존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2024년 하반기 실적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2025년 경영계획도 조기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선 부문의 경우, 선박의 건조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HD현대를 비롯한 메이저 조선사들의 신규 선박 수주 랠리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주의 발주가 계속될지가 불명확하다. 홍해 사태 등으로 컨테이너 운반선의 화물 운임이 급등하면서 해운사들이 큰 이익을 얻고 있지만, 용선을 통해 급한 물량을 채우는 방식을 고수하며 신규 선박 발주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만약 경기 불황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선주들이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 인도를 포기하고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동시에 선박 발주 중단 사태도 예견된다. 지난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HD현대의 또 다른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장비는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건설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2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축소되면서 중간 지주사인 HD사이트솔루션도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고정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담당해 왔던 석유화학 부문도 일본 등 신흥시장 개척 성과를 내고 있으나 국제유가의 변동 폭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전쟁이 확대된다면,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HD현대 측은 ‘대규모 사업장에 걸맞은 대규모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HD현대로서는 최근의 경기 상황의 불확실성은 매우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제적 위기 대응과 극복을 위해 최고경영진이 더욱 책임감 있게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