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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엔캐리 청산 가속화...엔화 반등 탄력 받는다

이수정 기자

기사입력 : 2024-07-25 09:15

2022년 9월 22일 촬영한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9월 22일 촬영한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엔화가 다음 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엔캐리 거래 청산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24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55엔을 하향 돌파한 뒤 한때 153.56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화는 2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5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로/엔 환율은 166.46엔까지 떨어졌다.
엔화는 달러 대비 3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3일 기록한 40년 만에 최저치인 162.01엔 대비 거의 5% 상승했다.

엔화가 달러 대비 대해 급상승한 데 반해 원화는 달러에 대해 최근의 약세 기조를 유지하며 엔/원 재정환율도 최근 저점인 100엔당 850원대에서 이날 900원 근방으로 급등했다.

월초 이후 일본 외환 당국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이 포착되면서 엔화의 가파른 하락에 급제동이 걸린 데 이어 일본 집권당 고위 인사들이 과도한 엔화 약세에 대해 거듭 우려하면서 엔화 가치 반등을 재촉했다.
무엇보다 오는 30~31일 일본은행 정책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자 엔캐리 거래의 청산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엔화 반등을 주도했다.

삭소 캐피털 마켓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차루 차나나는 투자자 노트에 “지난 몇 년 동안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딩이 인기 있는 전략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캐리 거래 청산) 움직임은 잠재적으로 엔화 숏(매도) 포지션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완화에 대한 베팅과 일본은행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려 있다”면서 “수익률 차이의 잠재적 변화는 엔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美-日 금리 격차 축소 기대


이달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채권 매입 규모를 대략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일본은행이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9월이나 10월에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렇지만 이번 회의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 속에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태평양 책임자인 마르셀 틸리앙은 블룸버그에 “엔화의 급격한 약세, 소기업에 대한 대규모 임금 인상 확산 및 근원 인플레이션의 고착성 등이 모두 7월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근거”라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 반해 연준은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엔캐리 청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본은행과 같은 날 정책회의를 개최하는 연준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달 동안 완화됐고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정치권 압박도 강화

일본 정치권을 중심으로 엔화 약세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사무총장은 이번 주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 함께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소재 리소나 홀딩스의 선임 전략기인 케이이치 이구치는 “자민당의 고모와 모테기의 발언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정치권의 압박 등을 감안하면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 냇웨스트 마켓의 브라이언 데인저필드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에 "일본은행이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만큼 매파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재무성이 개입해 엔화 약세를 막을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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