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하자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쏟아낸 여성을 겨냥한 막말이 주목받고 있다. 뉴스위크는 23일(현지시각) 밴스 의원이 해리스 부통령 등을 겨냥해 “아이를 낳지 않은 고양이 여성들(childless cat ladies)은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이 나라에서 지분이 없다”고 한 발언에 일부 유권자들이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신 여성이었던 해리스는 2013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당시에 이혼남으로 두 자녀가 있는 더글러스 엠호프(59)와 결혼했다.
뉴스위크는 밴스 의원이 2022년 상원의원 후보로 폭스뉴스에 출연해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 정치권에 뛰어들 권리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밴스 의원은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추가로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밴스 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를 실질적으로 민주당 당원과 기업 올리가르히(oligarchs)가 이끌고 있고, 아이가 없는 일군의 고양이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면서 “그런 여성들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그들은 이 나라의 다른 사람들도 비참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기본적인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밴스 의원은 이어 “카멀라 해리스, 피터 부티지지(동성애자로 현 교통부 장관),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으로 미혼)를 보라. 민주당의 모든 미래를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를 이 나라에 지분도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합당한 일이냐”라고 반문했다.
밴스 의원의 당시 발언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자 미국 진보 매체 미디어스터치닷컴에 포스팅됐고, 약 5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발언을 들은 일부 미국인들이 “여성에 대한 원초적 증오와 혐오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밴스 의원은 2022년 오하이오주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강간이나 근친상간이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혼에 대해서도 폭력적인 결혼 생활을 끝내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밴스는 미국의 성(性) 혁명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속옷을 갈아입듯이 배우자를 바꾸는 것을 쉽게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년간 성(性)과 인종에 대한 거친 언사로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와 교외 거주 여성 상당수를 멀어지게 했고,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 행태를 반복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중 당국자들 앞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암캐(bitch)'라고 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대해서도 '새대가리(birdbrain)'라고 비하했고,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끔찍하다" "미쳤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와, 지금 가짜뉴스를 보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뛰어나고 영웅적인 지도자'로, '돌처럼 무식한' 카멀라 해리스를 완전히 실패하고 하찮은 부통령에서 미래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둔갑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23일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사실상 대선후보로 첫 유세를 시작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4개의 사건으로 형사 기소돼 이 가운데 한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로 규정하면서 경제 정책, 노조 문제, 낙태 권리 등 정책적 측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교외 지역인 웨스트엘리스 유세에서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착취자, 소비자를 등쳐 먹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깨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 등 모든 유형의 가해자들을 상대해 봤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스타일을 안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