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 내부와 국제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후원하는 ‘프로젝트 2025’가 실현될 경우, 미국인의 일상부터 글로벌 경제 질서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900쪽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행정부 출신의 인사 1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화당의 오랜 정책목표들을 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아직 당선된 것이 아니고 중도층 흡수가 중요해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당선 후 이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프로젝트 2025의 주요 내용은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적으로 사회안전망 축소, 공공서비스 민영화, 교육 및 과학 정책 변경 등이 제안되었다. 대표적으로 식품권(SNAP) 수혜 자격 강화, 메디케이드 자금 지원 상한 설정, 무료 유치원 프로그램 폐지 등이 포함된다.
이는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이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와 일기예보 서비스 민영화 제안이다. 이는 행정 개편을 넘어 기후변화 연구에 정부 지원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공영방송 자금 지원 중단 제안은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대외 정책 측면에서 프로젝트 2025는 미국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화한 것으로, 국제 무역 질서와 동맹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강경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파리 기후협약 등 다자간 협정 재검토 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제 무역 갈등 심화, 기후변화 대응 후퇴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와 안보 양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 2025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캠프가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들도 많아 온전한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또한 일부 제안은 헌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스타일을 고려할 때, 당선 이후 이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이 정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1기 때 자신들의 제안 중 약 3분의 2가 1년 내에 실행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으로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방향이 극명히 갈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도층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11월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미국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의 재집권 시 미국과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취약계층의 삶부터 글로벌 경제 질서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급진적 변화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첫째, 미·중 갈등 심화에 대비해 경제 및 안보 전략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미국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양당 및 다양한 정책 결정자들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우리의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동남아·인도 등과의 협력 강화와 신흥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력 강화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기술 보호주의 강화에 대비해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연 협력 역시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위기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견국으로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국제 규범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국내 경제 구조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하며, 소비 진작 정책과 함께 중소기업,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외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저장을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제적 대응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미국 대선의 결과에 대비해 면밀한 검토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미국 대선은 불과 100일 안팎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각별한 대비를 기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