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 그룹이 중국 판매 부진과 자회사 아우디의 공장 폐쇄 검토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전기차 전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11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BILD) 등 외신에 따르면, 아우디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다. 순수 전기 럭셔리 SUV인 Q8 e-트론의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2021년 아우디 사장 마르쿠스 뒤스만은 브뤼셀 공장을 "e-모빌리티의 선구자이자 롤 모델"이라고 극찬했지만, 불과 2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공장 폐쇄 시 30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폭스바겐 그룹의 미래 전망도 어두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중국 내 자동차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3% 급감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 구매를 줄이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판매량 감소를 막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포르쉐 역시 중국에서 판매량이 줄었고, 특히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 정책과 중국 시장의 변화가 폭스바겐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군터 슈나블 교수는 "EU의 과도한 친환경 정책으로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줄이고 있다"며 "브뤼셀 아우디 공장 폐쇄는 유럽 전기차 생산 축소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스테판 브라첼 독일 자동차관리센터 책임자는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폭스바겐과 같은 제조업체들이 생산 능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곧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