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AI) 개발이 늦어짐에 따라 오픈AI의 GPT-4o를 도입하고 AI 음성 어시스턴트인 시리(Siri)에 챗GPT를 통합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과거만큼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AI 스마트폰' 자리를 선점한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S25에서 더욱 향상된 기능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애플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를 개최하고 애플의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지만 실제 발표 내용이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이미 경쟁사에서 도입했거나 서비스 중인 기술이 상당한데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례적으로 애플의 신기술 공개 후 애플 주가가 2% 가까이 떨어졌다.
애플과 달리 올 초 일찌감치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는 1분기 전 세계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 증가한 2억9690만 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성과 등에 힘입어 전체 출하량의 20%를 차지하면서 1개 분기 만에 출하량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분기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폰 시장에서 생성형 AI 폰의 판매 비중이 70%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갤럭시 S24 시리즈가 1분기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58.4%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성형 AI를 품은 갤럭시 24 판매량은 출시 3주 동안 갤럭시 S23 대비 8% 증가했다. 아이폰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는 매출 증가가 더욱 두드러져 전년 대비 14%나 증가했다. 또 영국, 독일, 프랑스 전역에서 갤럭시 S24 판매량이 28%나 급증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전망하는 갤럭시 S25는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 프로세서와 엑시노스 2500을 사용하고 구글의 차세대 생성형 AI '제미나이 나노' 버전2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과 생성형 AI를 포함한 갤럭시 S25 온디바이스 AI 성능 강화를 위한 협업을 시작했으며, 엑시노스 온디바이스 AI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도 2배가량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외에도 △더욱 향상된 카메라 성능 △안드로이드 15 OS 적용 △불필요한 작업을 제거해 백업 시간을 향상시키는 '배터리 AI' 적용 등이 예상되는 변화다. 화면 크기도 현행 6.2인치에서 6.36인치로 커질 것이란 루머가 나오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기능들이 현재 갤럭시 S24에서, 혹은 훨씬 전부터 지원했던 기능들임이 확인되면서 삼성전자의 자신감도 커졌다.
한편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한 직후 삼성전자 모바일 US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여러 게시물을 게재했다. "'애플'을 추가한다고 해서 새롭거나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AI 애플(사과 모양 이모티콘)에 온 것을 환영한다", "2010년부터 내 아이콘을 원하는 곳으로 옮기다니… 멋지지 않은가?", "다음 사진 앨범의 이름: 갤럭시 소유자에게 '저거 보내줄래?'라고 물어본 사진들" 등 모두 애플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애플이 이제야 지원하는 기능을 갤럭시는 이미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