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적 간섭으로 독립성을 잃을 위험이 상당히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최신 마켓라이브(MLIV)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블룸버그 뉴스 독자를 대상으로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으며, 응답자에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경제학자, 개인 투자자가 포함됐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84명 중 44%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연준을 정치화하거나 그 권한을 제한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40%가 미 금융당국 전체가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잃을 확률이 있다고 봤다.
다만 선거 자체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연준의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47%는 선거 시기가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35%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어떤 조치도 연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가까운 행동을 피하기 위해 7월에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채권시장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24%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즉시 25bp(1bp=0.01%)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23%는 그보다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답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트럼프의 연준에 대한 정치적 스탠스가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오랜 전례를 깨고 꾸준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동안 백악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현 조 바이든 행정부 또한 미국 금융당국이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정책금리를 인상해 주식과 채권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에 대한 무간섭이라는 전통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측은 “연준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는 달리 트럼프는 대통령에 재취임할 경우 연준 수장을 교체할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한편, 금리인상 비난과 금리인하가 불충분하다며 추가 양적완화를 요구했다. 이미 MLIV 응답자의 3분의 1 가량은 트럼프가 연준 개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답했고, 14%는 2026년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전에 의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금융 시장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움직임은 상당한 저항을 받을 것이며, 시장을 흔들고 미국 경제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국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과열 방지를 위해 정책금리를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특히 심각한 수준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Diane Swonk)는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이 실제로 공격받는다면 채권시장은 동요할 것이고, 그 영향은 주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 수바드라 라자파도 "연준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우리는 연방준비제도의 정책행동을 자주 비판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지난 1세기 동안 잘 작동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11월 대선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은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지난해 7월 금리인상 이후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