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21일(현지 시각) 중국의 과잉 생산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어 이 문제를 유럽 등의 동맹국들과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옐런 장관은 이날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행한 연설에서 중국 과잉 생산에 대한 대응책을 이번 G7 회의에서 핵심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2000년대 초 중국의 과잉 생산과 과도한 수출로 글로벌 경제가 1차 ‘차이나 쇼크’를 경험했고, 이제 2차 쇼크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서구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공동의 무역 장벽을 세우려 한다고 NYT가 전했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1차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이번에는 자동차, 컴퓨터 칩, 복합 기계류 등 고부가 산업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미국은 가구, 장난감, 의류 등 중국산 수입품 범람으로 미국의 관련 제조업체가 문을 닫아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로 국내 소비가 침체돼 있어 수출 증진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를 살리려고 반도체, 항공우주, 자동차, 재생에너지 장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과잉 생산된 이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전략적이고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독일과 전 세계에 있는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 산업을 장악하려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공급망이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미국과 EU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들도 중국의 과잉 생산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미국에 이어 유럽과 남미 등의 주요 국가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 5일 중국산 전기자동차(EV)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조사를 마치면서 그 결과에 따라 관세율을 결정한다. 미국이 25%였던 중국산 EV에 대한 관세를 100%로 올린 데 이어 EU도 최고 60%까지 관세율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멕시코와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 제품 85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최대 두 배 인상한다. 칠레도 최대 33.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콜롬비아도 조만간 관세 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은 연간 1000만 톤(85억 달러 상당)의 철강을 중남미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이는 2000년 8만500톤에 비하면 급격히 증가한 규모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 중국의 과잉 생산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구실 삼아 전기차(25%→100%·연내), 철강·알루미늄(0∼7.5%→25%·연내), 반도체(25%→50%·내년까지), 태양광 전지(25%→50%·연내)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미국의 공동 대응 요구에 G7 국가 중에서 프랑스·독일·캐나다 등이 동참하고 있다. 일본과 EU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 성명을 내놓는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특정 산업에서 거액의 보조금 정책으로 부당하게 싼 제품을 수출하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자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특정 국가는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