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다자 무대를 통해 대중 압박을 강화한다. 옐런 장관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번 주에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참석한다. 이 총회를 계기로 G7 재무장관 회담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 등이 열린다. 옐런 장관은 유럽, 아시아, 남미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의 과잉 생산과 수출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수출 공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중국이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하려고 대대적으로 저가 수출 공세를 전개함에 따라 미국과 세계 경제가 ‘제2의 차이나 쇼크’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WSJ)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값싼 제품을 대규모로 수출했고, 그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으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1차 차이나 쇼크를 경험했다. 중국은 최근에 경제를 살리려고 자동차, 기계류, 가전제품 등 자국이 소비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제조업 생산의 31%를, 전체 수출의 14%를 점하고 있다. 20년 전에는 제조업 비중이 10%, 수출이 5% 미만이었다. 지난 2000년대 초에는 중국만 과잉 생산을 했고, 다른 나라 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1차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이번에는 자동차, 컴퓨터 칩, 복합 기계류 등 고부가 산업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해서는 G7 국가 중에서 미국과 함께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이 공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또 G20 국가 중에서는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 덤핑 수출 문제 등에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EU와 중국 간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EU는 올해 11월까지를 시한으로 지난해 10월 시작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다. EU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사실로 드러나면 중국산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수년 동안 자국 전기차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동력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로 키웠고, 값싼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산업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등 7개 중국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공업 분야 설비갱신 촉진 실시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2027년까지 산업계 설비 투자 규모를 2023년에 비해 25% 이상 늘리는 내용이 들어있다.
중국을 방문했던 옐런 장관이 미국이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미국의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5∼6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진행된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 7일 진행된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 등을 통해 중국 과잉 생산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했다. 리창 총리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값싼 전기차 등이 시장 원리를 볼 때 세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중국이 끝내 생산 조절을 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때 미국의 우방국들이 이와 유사한 조처를 해달라는 게 미국 측 주문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