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세계적인 팝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스위크는 20일(현지 시간) 지난 1일에 여론 조사 기관인 레드필드 앤드 윌턴 스트래티지스에 의뢰해 미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스위프트가 유권자 16~22%의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스위프트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이 조사에서 만약 스위프트가 트럼프를 지지하면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에 바이든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22%가 트럼프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 1월에 실시한 같은 내용의 조사 당시에 13%가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9%포인트가 올라간 것이다.
또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미국 유권자의 16%가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1월 조사 당시에 이 비율은 13%였다. 뉴스위크는 “스위프트가 미국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18%가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은 15%로 나타났다. 또 미국 유권자의 55%는 스위프트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남성과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프트를 따라 투표하겠다는 남성 유권자의 비율이 27%에 달했으나 여성은 11%에 그쳤다. 또 18~24세 연령층 유권자의 3분의 1가량이 스위프트를 따라 투표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는 이 비율이 14%에 그쳤다.
스위프트의 말과 행동이 미국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 통칭)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스위프트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는 경합 주 중 한 곳이다.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경합 주는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해 미시간·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위스콘신주 등 총 7개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6개 주에서 승리해 당선됐다. 이들 경합 주에서 MZ세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4년 전보다 더 커졌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18~27세 유권자는 총 4080만 명으로 미 전체 유권자의 17%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대선 당시보다 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미 터프츠대학교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18~29세의 투표율은 2016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50%에 달했고, 이 중 60%가 바이든에게 투표했다.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했으나 올해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스위프트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재임 기간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한 모든 음악가를 위해 '음악현대화법'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녀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나쁘고 가장 부패한 대통령인 부정직한 조 바이든을 지지함으로써 그녀가 아주 많은 돈을 벌게 해준 남자와의 의리를 저버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서명한 음악현대화법은 디지털 음악 시대에 맞게 저작권법을 개정해 작사·작곡가들이 스트리밍 등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에서 2억80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최근 발표한 신규 앨범 수록곡 14곡이 빌보드 메인 싱글 ‘핫100’ 차트 1위부터 14위까지 싹쓸이해 다시 한번 신기록을 남겼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