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업체와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 사용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의 주요 8개 신문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와 코파일럿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신문사는 뉴욕 데일리 뉴스,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선 센티널과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올랜도 센티널, 세인트 폴 파이니어 프레스, 덴버 포스트 등으로 모두 뉴욕의 투자펀드 알덴 글로벌 캐피털이 소유한 신문사다.
이들 신문사는 소장에서 오픈AI와 MS가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답변에 저작권이 있는 수백만 건의 기사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신문사는 챗봇이 구독 페이월(paywall, 유료화 벽)을 뛰어넘어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뉴스 소스에 링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들 신문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오픈AI와 MS가 우리의 희생을 토대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우리가 해놓은 것을 훔치는 빅테크의 계획을 확대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신문사는 구체적인 금전적 피해 명세를 밝히지는 않았고, 미디어 콘텐츠 사용에 대한 보상 청구 권한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앞서 NYT도 지난해 12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이 챗GPT와 다른 서비스를 훈련하는 데 불법적으로 수백만 개의 NYT 기사를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NYT는 소장에서 "허가나 비용 지급 없이 대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뉴욕타임스의 콘텐츠를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막대한 투자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업들은 뉴스 매체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오픈AI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9일 콘텐츠 이용과 AI 기능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은 오픈AI가 FT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해 챗GPT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두 기업은 FT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AI 제품과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기업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밝히지는 않았다. FT는 올해 초 모든 직원이 챗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업용 챗GPT 고객이 됐다고 오픈AI가 밝혔다.
오픈AI는 이에 앞서 미국 통신사인 AP통신, 독일 매체 악셀 스프링거, 프랑스 르몽드, 스페인의 프리사 미디어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모회사 악셀 스프링어와는 수천만 달러 규모의 3년 뉴스 콘텐츠 사용 계약을 체결했고, AP통신과는 아카이브 접근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CNN, 폭스, 타임 등 미국의 유력 언론사와도 콘텐츠 사용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미국의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과 AI 콘텐츠 이용과 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의 더 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의 모회사다. 구글은 자사의 AI 모델을 강화하기 위해 WSJ 등 뉴스코프 매체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관련 AI 기능을 개발한다. 구글은 이번 계약에 따라 뉴스코프에 연간 500만∼600만 달러(약 83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