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원전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던 조지아 발전소 보글(Vogle) 원자로 3, 4호기가 29일(현지시각) 상업용 가동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보글 원자로 1, 2호기는 지난 1980년대에 가동됐고, 3호기가 지난해 8월 전력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번에 4호기까지 완공됐다. WSJ는 “보글 3, 4호기 건설에 애초 예상보다 2배가 많은 300억 달러(약 41조28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면서 “이로써 이들 원자로가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된 대형 원자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이제 더는 대형 원자로 건설이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원전 업체가 소형 디자인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보글 원전은 미국에서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가 됐다. 새로 가동에 들어간 3, 4호기는 미국의 50만 가구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고 조지아 원전 운영사인 서던컴퍼니가 밝혔다.
보글 원자로 4호기는 3호기에서 40㎞가량 떨어진 곳에 건설됐다. 그러나 2009년부터 짓기 시작한 보글 원자로가 애초 계획보다 7년가량 늦어져 14년 만에 완공됐다. 보글 3, 4호기는 비용 증가와 다자인 변경 등으로 진통을 거듭한 끝에 완공됐다. 이 과정에서 원전 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2016년에 파산했다. 서던컴퍼니가 이 사업을 인수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
미국은 2007~2009년 발표했던 원전 프로젝트 중 24개를 취소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절반가량 지어진 원전의 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원전 건설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원전 부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RA에는 2024~2032년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에 메가와트시(MWh)당 15달러 상당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설비투자 금액의 30%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기존 석탄발전소 용지에 원전을 건설하면 추가 10% 세액공제를 받는다. 미국 원자력협회(NEI·Nuclear Energy Institute)는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 1MWh당 최대 44달러의 세제 혜택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 발전소는 지난해 3월 6일 보글 원자로 3호기가 내부에서 핵반응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원자로가 이전에 이 같은 단계에 도달한 건 지난 2016년 5월 테네시의 와츠바 2호기가 가동을 시작했을 때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보글 원자로 4호기를 포함해 94개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미국 전력의 20%를 생산한다. 미국에서 대부분 원자로는 1970~1990년 건설됐고, 1979년 3월 28일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 근처의 스리마일섬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원전 추가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보글 3, 4호기와는 다른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내 첫 SMR 상용화에 나섰다.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SMR 건설 허가 신청서를 냈고, 오는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NRC가 테라파워에 40쪽에 달하는 안전과 환경에 관한 ‘사전 검토 준비 평가’ 보고서를 보내 ‘추가 작업’을 요구함에 따라 6월 착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국의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에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게이츠와 공동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3월 미시간주 팰리세이드 원전 재가동을 위해 152억 달러 대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원전 부활을 위해 직접 대출 지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800메가와트(㎿) 규모의 팰리세이드 원전이다. 이 발전소는 엔터지사(社)가 재정난을 이유로 2022년 5월에 폐쇄했고, 홀텍사가 그해에 인수해 재가동을 추진해 왔다. 이 원전은 2025년 말에 재가동될 예정이고, 최소한 오는 2051년까지 운영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