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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엔화 하락을 내버려두는 진짜 이유

성일만 기자

기사입력 : 2024-04-29 09:34

일본 엔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 정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 정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본 당국은 엔화 약세가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개입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 붉은 선은 달러당 155엔에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26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158.4엔을 터치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거래자들은 왜 일본 당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만약 취한다면 언제 시작할 것인지 묻고 있다. 정작 정책 결정자인 일본은행은 담담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오히려 “약한 엔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현재의 환율은 수요를 증진시켜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발언이었다.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가 너무 빨리 하락하면 참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은 일본은행 회의 후 정부가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재무장관 회의서 일본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엔화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시장 개입 의사를 나타냈다. 일본 엔화는 지난주 2% 이상 하락했고, 올 들어서는 10% 이상 떨어졌다.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빠른 추락이다.

페퍼스톤(Pepperstone)의 연구책임자 크리스 웨스턴은 "당국은 목표 수준을 직접 지정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재 수준은 곧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신뢰 위기에 직면할 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일본은 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걸까.

블룸버그 통신은 그 이유로 실효성과 실제성 두 가지를 들었다.
엔화 약세가 나쁜 일인가?
단독 개입만으로 엔화 추락을 막아내려면 엄청난 실탄이 소요된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추락이 계속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에서 빠져나왔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와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돈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이 엔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하며 당국의 개입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카막샤 트리베디를 포함한 골드만삭스 글로벌 화폐·이자율 및 신흥시장 전략팀은 노트에 “견실한 성장, 점진적인 정책 조정에도 불구하고 이자율 차이는 엔화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다”라고 썼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은 “엔화가 지난 26일처럼 다른 자산에 비해 부진한 현상이 이어진다면 개입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엔화는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1.7% 하락했다. 또 다른 이유는 실제성이다. 일본 당국이 엔저에 대해 실제로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추측이다. 독일의 주요 외환 연구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실제 엔화의 약세가 일본에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 노트에서 “환율 하락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르겠으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환차익으로 인해 일본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적었다. 사라벨로스는 “시장이 불규칙적으로 변한다면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우에다 총재 역시 환율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금리 인상에 대한 긴급성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당국은 말로만 개입을 입에 올릴 뿐 실제로는 엔화 추락을 방관하고 있을지 모른다. 속으론 웃으면서.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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