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열리고 있는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장소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부스다. 바로 옆의 한산한 닛산 부스와는 대조적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샤오미 전기차의 높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샤오미는 지난 3월 턱 없이 낮은 가격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터쇼에 참가한 레이쥔 둥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벌써 7만5723대를 예약 판매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기차의 진입 장벽이 낮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너도 나도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공업 정보화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 전기차를 한 대라도 생산한 적이 있는 기업 수는 50개가 넘는다.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공장의 가동률은 50% 내외로 떨어졌다. 80% 기업이 손익분기점 아래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살아남기 위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10사 이상이 경영 파탄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이나 미국 메이커들에 비해 값싼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배터리가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30~40%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중국산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유럽이나 미국의 80% 그친다. 그밖에도 연구 개발이나 공장 건설 등에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어 경쟁에서 유리하다. 중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전기차 기업들이 공급 과잉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들과 각 지방정부의 계획을 합산할 경우 2025년 중국의 전기차 생산능력은 3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규모는 1700만대 전후로 예상되기 때문에 1900만 대가 팔리지 않고 남아돌게 된다.
중국 기업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확대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전기차 수출 대수가 120만대였지만 2025년엔 35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값싼 전기차를 밀어내면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부당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옐런 재무장관을 중국으로 보내 과잉 생산 문제를 논의하는 틀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