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로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는 세계 어디든 상당수의 사람이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졌지만, 역설적으로 남의 눈에 띄는 것도 더욱 어려워졌다. 세계 시장 공략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마케팅, 언어 번역 등에 앞서 자신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하느냐다."
서울 강남 소재 앙트레블에서 열린 '인터랙티브 아트 컨퍼런스(IAC) 2024'에 연사로 나선 요시다 쇼헤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 '플레이스테이션' 인디 이니셔티브 총괄이 한 말이다.
IAC 2024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 '김나성'이 후원하고 배상현 비트겐 대표가 주최를 맡아 13일 진행됐다. 쇼헤이 총괄은 이날 '세계로 향하는 게임의 프로듀싱과 퍼블리싱'이란 주제로 배상현 대표와 '니디 걸 오버도즈'를 개발한 WSS 플레이그라운드의 사이토 다이치 대표, 이요다 아키히코 니코니코 동화 '게임 아마툴' 총괄과 함께 연사로 나섰다.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등 상용화 게임 엔진의 등장,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립과 세계화로 수많은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는 1년에 1만4000개에 가까운 게임들이 출시됐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세계적으로 약 70만개의 게임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쇼헤이 총괄은 "스팀도 그렇고 우리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아가 여러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세계의 장벽, 유통과 마케팅의 장벽이 많이 낮아진 시대"라며 "세계에 있는 누군가는 '나와 같거나 비슷한 취향'이라는 마음으로 독창적인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창적인 재미를 갖춘 게임'의 좋은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니디 걸 오버도즈'와 국산 인디 게임 '산나비', 인디 테두리 안에는 들어가지 않으나 시프트업에서 개발한 '스텔라 블레이드' 등을 들었다. 이날 현장에는 산나비 개발사 원더포션의 유승현 대표 역시 다른 세션의 연사로 함께했다.
니디 걸 오버도즈는 의존적 성향을 가진 소녀가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최고귀염천사'로 활동하는 것을 돕는 매니저의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 게임이다. 2022년 1월 출시 후 100만장의 판매량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도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사이토 다이치 WSS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는 게임의 테마가 '인터넷은 지옥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일 것"이라며 "현지화나 세계화와 같은 장벽을 뛰어넘으려면 이에 앞서 강력한 캐릭터와 게임성, 스토리텔링 등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인디 게임의 마케팅적 측면에서의 키워드로 연사들은 '바이럴(바이러스처럼 전염됨)'을 강조했다. 요시다 쇼헤이 총괄은 "미국 시장에서 게이머들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게임 정보'를 알게 되는 경로 1위는 유튜브였지만 '게임 구매를 결심하게 된 계기' 1위는 친구의 추천이었다"고 밝혔다.
이요다 아키히코 게임 아마툴 총괄은 "산나비나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게임을 최근 플레이하게 됐는데, 그 계기 역시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마케팅이 어려운 인디 게임의 특성 상, 자신의 게임을 해본 100명에게 와 닿을 만한 '재미'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100명이 주변에 추천하며 게임을 퍼뜨려나가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디 게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소니IE는 2020년부터 온라인 행사 '인디 라이브 엑스포'를 매년 여름, 겨울마다 개최하고 있다. 요시다 총괄은 "게임 개발의 장벽과 세계적 경계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이를 넘나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들을 위해 이러한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행사를 주최해왔다"고 언급했다.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마케팅하는 방법에 대해 요시다 총괄은 소셜 미디어를 추천했다. 그는 "만국 공용어인 영어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익혀야 할 것"이라며 "X(옛 트위터) 활동이나 엑스포 등 행사 참여를 통해 많은 게임 개발자들을 만나고, 게임을 공유하고 평가 받는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