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팽창주의에 맞서 ‘재무장’을 추진함에 따라 향후 10년간 10조 달러(약 1경 354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방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가 9일(현지시각) 밝혔다. 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분쟁 격화,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등을 이유로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에 방위비로 2조2000억 달러를 지출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BE가 지적했다. G7이 새로운 글로벌 안보 환경에 대응하려면 냉전 당시처럼 국내총생산(GDP)의 4%가량을 방위비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이 기관이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는 지난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했고, 지난해 정상회의에서는 이 기준이 '최소 2%'가 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 지침이 마련된 지 10년 만인 올해 그 기준을 충족한 나토 회원국은 전체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BE는 미국을 비롯한 G7이 GDP 대비 방위비 4% 지출 목표를 실현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10조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제니퍼 웰치 BE 선임 애널리스트는 “탈냉전 시대의 평화 배당금 지급이 끝났다”면서 “이는 방위산업체, 공공 금융과 금융 시장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독일 IFO 연구소 분석 결과를 인용해 유럽의 회원국들이 GDP 2% 국방비 기준에 맞추려면 연간 560억 유로(약 81조200억 원)를 더 써야 한다고 보도했다. 금액 기준으로 경제 규모가 유럽 최대인 독일이 목표치에서 가장 멀었다. 독일은 지난해 국방비로 나토 기준에 비해 140억 유로(약 20조3000억 원)를 덜 썼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가 각각 110억 유로(약 16조 원), 108억 유로(약 15조7000억 원), 46억 유로(약 6조7000억 원)가 부족해 그 뒤를 이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의 정치·군사 동맹체인 나토에는 미국과 캐나다 외 30개 유럽 국가를 포함해 32개 회원국이 가입해 있다. 지난해 나토 국방비 1조2000억 유로(약 1740조5000억 원) 중 3분의 2는 미국이 냈다. 이는 모든 EU 27개국과 영국, 노르웨이를 합친 3610억 유로(약 523조6000억 원)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U가 지난해에 지출한 방위비 총액이 역사상 가장 많은 2조20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BE는 나토 회원국들이 급증하는 방위비를 충당하려면 국방 이외에 다른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고, 증세를 수용해야 하며 정부 부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GDP의 3.3%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4%로 올리면 향후 10년 사이에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현재 99%에서 131%로 늘어난다.
유럽 각국은 앞다퉈 방위비 증액을 약속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014년 3개국에 불과했던 2% 목표 달성 회원국 수가 올해 3분의 2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무장을 선언하고, 병역 의무 부활을 검토 중이다. 독일은 2011년 7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독일 연방군 소속 장병은 18만 1514명이다. 독일은 오는 2031년까지 장병을 20만 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해 2036년까지 방위비를 76조 원 늘리기로 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앞으로 12년간 국방비를 6000억 크로네(약 76조 원) 늘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2026년부터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다. 유럽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은 2015년 노르웨이, 2017년 스웨덴에 이어 세 번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