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사는 사람과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 픽업트럭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밝혀졌다. 덩치가 큰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실제로는 제조사들이 예상한 것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미국의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에드먼즈닷컴이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다.
흔들리고 있는 포드차와 GM의 ‘전기 픽업트럭’ 전략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의 3대 완성차 제조 업체에 속하는 포드자동차와 GM이 각각 내놓은 GMC 허머 EV와 F-150 라이트닝의 공통점은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는 대형 전기차라는 것”이라면서 “두 차종은 출시 초기 반짝 판매실적을 올려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포드차의 경우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포드차는 “고객의 수요에 맞춘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짝 늘어나는 듯했던 판매량이 전체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크게 줄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GMC 허머 EV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7분기 동안 GMC 허머 EV의 판매량은 900대를 겨우 넘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이는 포드차와 GM 같은 거대 완성차 제조업체들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지난해 말 출시한 사이버트럭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 근거로 테슬라가 선주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3만 크레딧을 지불하면 45일 이내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구매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지난달 선보인 사실을 들었다.
전기차 스타트업계의 선두 주자 리비안 역시 자사 픽업트럭의 판매설적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밝혔다.
美 소비자들이 희망하는 전기차 가격 ‘4000~5000만원대’…현대 코나 일렉트릭 포함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같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이유는 전기 픽업트럭의 가격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로는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능을 떠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전기 픽업트럭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드먼즈닷컴이 최근 펴낸 시장조사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에드먼즈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차종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단 형태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43%, SUV 또는 크로스오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42%로 조사돼 큰 대조를 보였다.
결국 최근 기준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덩치만 크고 가격은 비싼 전기 픽업트럭을 외면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가격도 저렴한 전기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에드먼즈닷컴은 “평균적으로 3만달러(약 4000만원)에서 4만달러(약 5400만원) 사이의 저렴한 전기차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가격대에서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기차는 △미니 하드탑 △닛산 리프 △피아트 500e △현대 코나 일렉트릭 등 4가지 소형 전기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에드먼즈닷컴은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