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 리스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 시각)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잘 내려가지 않아 양측 중앙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라스트 마일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미국,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올해 1분기 근원 물가 상승률이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이날 투자 메모에서 주요 선진국의 근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하반기 연율 3%에서 올해 1분기 3.5%로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지표다.
JP모건은 미국의 근원 물가 예상치가 지난해 하반기 3.2%에서 올해 1분기 4.1%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유로존은 같은 기간 2.5%에서 3.2%로 올랐고, 영국은 3%에서 3.2%로 뛰었다. 중국은 0.6%에서 1.2%로 올랐다.
JP모건은 서비스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 내려갔던 상품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면 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어 중앙은행이 긴축 통화 정책 완화 조처를 서두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2%)를 향해 안정적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을 재고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심지어 지난 1970년대 당시처럼 물가가 다시 오르는 2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상승폭이 지난달 소폭 둔화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작년 2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의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 낮은 것이었다. 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또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1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0.5%)보다 낮았다.
유로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금리 인하를 위한 목표치에는 미달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2월 CPI 확정치가 2.6%로 나타났다. 전월인 1월 2.8%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WSJ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하락 과정에서 라스트 마일이 울퉁불퉁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들 은행은 금리 인하를 하기 전에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강력한 소비 지출을 이유로 종전 2.1%에서 2.3%로 올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2월 소비 지출은 연율 기준 5% 증가했다. WSJ는 “유럽 경제도 2022년 말부터 정체 상태에 빠져있으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의 3월 물가 지표는 오는 3일(현지 시각) 나온다. 유로존에서도 최근 기업활동 개선 분위기로 인해 라스트 마일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로존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연율 4%를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