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4월에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경제 관계 재정립 방안을 협의한다. 폴리티코는 24일(현지 시간) 옐런 장관이 지난해 7월 첫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에 다시 중국에서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베이징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란포안 재정부장(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11월에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미·중 관계 악화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옐런 장관이 중국 측과 주요 현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이 수출 물량 공세를 펴는 데 따른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견해 차이는 옐런 장관이 중국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섐보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 역시 지난달 허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중국의 덤핑 판매와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었다.
중국이 정부 보조금으로 육성한 대표적 산업으로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가 꼽힌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제조업체 등에 2009년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중국의 비야디(BYD),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싼값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중국이 전기차 업체에 쏟아부은 보조금 액수만 총 1600억 위안(약 30조원)이고, 특히 업계 1위인 BYD는 70억 위안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중국 측은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 인텔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이 중국 기업 등에 대한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비판한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을 분열시켰다”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미국이 본토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에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하게 강제한 것은 명백한 차별성을 띤다"며 "이는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배했고, 장차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에 왜곡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미·중 양국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건강한 경제 관계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외환 거래 투명성,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미·중의 공동 관리, 돈세탁 방지 공조 등도 옐런 장관이 중국에서 논의할 의제로 꼽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