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HV) 열풍이 불고 있다. 2월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급증했고, HV 강자인 토요타와 혼다는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촉비인 판매장려금도 업계 평균보다 훨씬 적어 수익이 늘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면 EV에 집중하는 GM과 테슬라는 판매장려금을 아낌없이 지급하고 있어, HV 유무가 판매장려금 추이와 각 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이다. 미국 조사기관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월 HV 판매량은 약 10만6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4%나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5%에서 현재 8%를 넘어섰다.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에 따른 출하량 증가도 영향을 미쳤지만, HV의 인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HV 강자인 토요타는 이번 호황의 주인공이다. 2월 판매장려금은 대당 1316달러로 업계 평균 2828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장려금은 판매점에게 할인의 재원이 되기 때문에, 토요타는 할인 없이도 캠리와 코롤라 HV를 잘 팔고 있다는 뜻이다. 'RAV4'도 호조를 보여 4만3000대 중 HV 타입이 2만대를 넘어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혼다 또한 HV 호조에 힘입어 판매장려금이 2113달러로 낮은 수준이다. '어코드'와 'CR-V'의 HV 인센티브는 가솔린 차량의 절반이거나 거의 없으며, CR-V 판매량 3만2000대 중 HV 타입이 1만4000대를 차지하며 절반 가까이 판매된다.
미국에서 HV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성능 향상으로 가솔린 차량과의 연비 차이가 확대되고 가격 차이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 코롤라의 가격은 2만3500달러로 가솔린 차량보다 10% 미만 높은 수준이다.
반면, HV를 보유하지 않은 업체들은 판매장려금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닛산은 3377달러, GM은 3136달러, 폭스바겐은 4652달러, 테슬라는 3726달러로 높은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HV는 실적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토요타는 2023년 4~12월 북미 사업에서 216만 대를 판매하고 5525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17% 증가, 영업이익 11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판매 대당 영업이익도 26만 엔으로 HV의 기여도가 매우 크다.
혼다 또한 북미 판매량 41% 증가, 사륜차 영업이익 68% 증가를 기록하며 HV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HV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며, 중장기적으로는 EV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토요타와 혼다가 HV에서 창출된 이익을 효율적으로 EV 개발에 투자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