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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유럽 게임계…양대 산맥 유비·엠브레이서 '흔들흔들'

유비소프트 'AAAA급 야심작' 스컬 앤 본즈
외신 평점 60점…"초라한 완성도" 혹평 일색
엠브레이서, 자회사 매각설 연이어 제기돼
2022년 투자 유치 후에도 계속되는 '경영난'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3-04 15:44

유비소프트(위)와 엠브레이서 그룹의 로고와 대표작들 이미지.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유비소프트(위)와 엠브레이서 그룹의 로고와 대표작들 이미지. 사진=각 사

유럽 게임업계의 양대 산맥인 프랑스의 유비소프트, 스웨덴의 엠브레이서 그룹이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범세계적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작 개발 취소 등 구조 조정은 물론 자회사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임 전문 외신 인사이더 게이밍(Insider Gaming)은 유비소프트가 지난달 16일 출시한 패키지 게임 '스컬 앤 본즈'가 출시 일주일 동안 누적 이용자 수 100만명 달성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판매량 100만장 돌파'는 게임의 흥행 여부를 가르는 바로미터다. 올해 신작으로 비교해보면 2월 9일 출시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헬다이버스 2'는 3일 만에, 1월 출시된 일본의 인디 생존 게임 '팰월드'는 8시간 만에 100만장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 집계한 리뷰 평점도 60점(100점 만점 기준)이다. 게임 전문 외신들의 반응은 "반복적이고 밋밋한 콘텐츠에 금방 지루해진다", "2013년부터 기다려온 게임이라기엔 초라한 완성도"라는 등 혹평 일색이다.

스컬 앤 본즈는 유비소프트가 출시 직전 컨퍼런스 콜에서 "AAA급 게임을 넘은 AAAA급 게임"이라고 자신한 야심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거뒀다. 유비소프트가 당시 공개한 1~3분기(2023년 4월~10월) 누적 매출은 14억유로(약 2조원)로 지난해 대비 4.1%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8억유로(약 2조6200억원)에 영업손실 5억8600만유로(약 8400억원)를 기록한 만큼, 올해도 영업적자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스컬 앤 본즈' 이미지. 사진=유비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스컬 앤 본즈' 이미지. 사진=유비소프트

유비소프트와 쌍벽을 이루는 대형 게임사 엠브레이서 그룹은 최근 연이어 자회사 매각설에 휘말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엠브레이서 그룹은 주요 개발 자회사 세이버 인터랙티브를 최고 5억달러(약 6650억원)에 개인 투자자 그룹에게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엠브레이서 그룹은 4년 전인 2020년 초, 세이버 인터랙티브를 5억2500만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에 매수한 회사를 낮은 가격에 '손절매'하는 셈이다.
게임 전문지 코타쿠는 엠브레이서의 또 다른 주요 자회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역시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랜디 피치포드(Randy Pitchford) 기어박스 대표는 2월 말 사내 담화 중 "회사의 미래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3월 안에 더 많은 내용들을 공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이버 인터랙티브의 자회사 4A 게임즈가 개발한 '메트로: 엑소더스' 이미지. 사진=4A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세이버 인터랙티브의 자회사 4A 게임즈가 개발한 '메트로: 엑소더스' 이미지. 사진=4A 게임즈

엠브레이서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설은 2023년에도 제기됐다. 비디오 게임 크로니클(VGC)에 따르면 엠브레이서서 그룹 산하 게임사들은 2023년 하반기에만 도합 29개 신작 프로젝트의 개발을 취소했다.

유비소프트 역시 2023년 초 "악화 일로를 걷는 경제 상황으로 인해 게이머들의 지출에 크나큰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신작 프로젝트 3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이러한 부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유로넥스트 파리에 상장된 유비소프트 주가는 올해 들어 1주당 25유로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거래소에 상장된 엠브레이서 그룹의 주가는 2023년 50크로나 선에서 30크로나 아래로 곤두박질친 이래 하향세를 거듭하는 형국이다.

유비소프트(위)와 엠브레이서 그룹의 2023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주가 추이를 나타낸 차트. 사진=야후 파이낸스이미지 확대보기
유비소프트(위)와 엠브레이서 그룹의 2023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주가 추이를 나타낸 차트. 사진=야후 파이낸스

유비소프트와 엠브레이서 그룹은 세계적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2022년에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비소프트는 중국의 텐센트로부터 실질적 지주사 기예모 형제 유한회사(Guillemot Brothers Ltd.,) 지분을 대가로 3억유로(약 4300억원)를 투자받았다. 엠브레이서 그룹은 비슷한 시기 사우디아라비아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로부터 103억크로나(약1조3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러한 투자 유치 후에도 양사 모두 2년 가까이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엠브레이서 그룹의 경우 2023년 들어 사우디로부터 20억달러(약 2조6600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부진과는 별개로 유럽 게임 시장은 지난해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게임 전문지 게임인더스트리(Games Industry)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유럽 내 총 게임 판매량은 1억8200만장으로 2022년 대비 1.7% 상승했다.

판매량 톱10에 오른 게임들을 살펴보면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축구 게임 'EA 스포츠 FC'가 1위와 3위, 워너브라더스 '호그와트 레거시'가 2위, 액티비전 '콜 오브 듀티'가 4위, 락스타 게임즈 '그랜드 테프트 오토 5'가 5위에 오르는 등 최상위권 게임 대부분이 미국 회사들의 게임이었다.

유럽 게임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로 12위에 그쳤다. 유럽 시장 전체의 동향과 별개로 유럽 게임사들이 내수 시장을 원활하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시장에 정통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럽 IT업계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위기론이 번져있고 게임계 또한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분이나 자회사 매각,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살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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