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0년에 걸쳐 추진해온 중요 프로젝트인 속칭 ‘애플카’ 사업을 포기했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을 포기하기로 했으며, 2000여 명에 이르는 관련 인력의 상당수를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사업부로 전환 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10년이나 투자해온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크게 4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 문제다. 아이폰으로 버튼 없는 전화기 ‘스마트폰 혁신’을 실현한 애플이 구상한 전기차는 핸들이나 페달 등이 없이 탑승자의 명령만으로 알아서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였다.
하지만 2024년 2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의 현실은 고속도로 등 통제된 환경의 도로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고 주행 가능한 ‘레벨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일반 도로에서도 손을 떼고 주행 가능한 ‘레벨4’ 수준은 아직 테스트 중인 상황이며, 운전자가 없이도 되는 최종 단계 ‘레벨5’는 아직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애플은 ‘레벨5’ 단계를 기준으로 애플카를 구상하고, 실제 차량을 통해 자체 자율주행 기술의 연구개발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애플카의 목표 수준도 레벨4를 거쳐 레벨2+(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하는 수준)까지 낮췄다. 초기 구상과 크게 어긋나면서 애플만의 ‘차별화’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둘째 이유는 핵심 인력의 대거 이탈이다. 애플이 자동차 사업을 구상하며 영입했던 업계 전문가들은 프로젝트가 큰 성과 없이 장기화하자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14년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참여한 벤저민 라이언과 제이미 웨이도가 이미 2021년 회사를 떠났으며,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더그 필드도 같은 해 9월 퇴사해 포드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2022년 1월에는 자율주행시스템 엔지니어링 총괄 조 배스가 메타로 이직한 데 이어,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보조 소프트웨어 ‘오토파일럿’을 개발하다 2021년 애플에 합류한 크리스토퍼 CJ 무어도 같은 해 애플을 떠났다. 지난달 26일에는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애플을 떠나 전기차 업체 리비안으로 이직했다.
셋째 이유는 수익 모델의 부재다. 애플은 독자적인 생태계 내에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도 이러한 수익 모델이 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애플은 당초 애플카를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대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애플 경영진이 자사 제품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이익 마진을 전기차에서 거둘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 연간 수억 달러를 계속 지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세계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 위축에 이어,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범람으로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차 수요 부진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미국 대표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올해 성장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으며,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기업 UBS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올해 47%에서 내년에는 1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애플은 오는 2025년을 전후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시장 전망 자체가 위축된 현재, 고가의 애플카를 출시해봤자 본전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 애플카 출시 시기를 2028년 이후로 연기했다가, 결국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도 그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