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계가 최근 들어 차기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언론의 정치면 기사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
갑자기 정치 문제에 관심이 커져서가 아니라 내년 11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을 통해 백악관에 재입성하겠다고 벼르는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기차 관련 행보 때문이다.
즉 트럼프와 맞붙을 예정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신이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바이든표’ 전기차 육성 정책을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을 트럼프 특유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대놓고 밝히고 있어서다.
◇트럼프 “바이든표 전기차 지원 정책 폐기하겠다”
트럼프는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 자신의 선거운동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바이든의 전기차 육성 계획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고사한다”면서 “내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출근 첫날부터 바이든표 정책을 끝장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정부 보조금을 전기차 관련 업계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육성 계획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동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만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선거대책위원회는 트럼프의 이날 연설에 맞춰 전기차 보급 저지와 관련한 공약도 제시했다. 그중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오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을 67%로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향후 5년간 고속도로 충전기 확대에 50억 달러, 기타 지역사회 충전소 확대에 25억 달러 등 총 75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해 최대 50만 개의 급속 충전시설을 미국 주요 도로에 설치하겠다는 바이든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트럼프의 속셈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통하는 미시간주를 비롯해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밀집돼 있는 지역의 유권자를 최대한 흡수하려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을 기반으로 한 미국 최대 제조업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다며 바이든표 전기차 육성 정책에 반기(反旗)를 들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입장과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적어도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학 전문 사학자 “트럼프 집권하면 대통령제 독재정권 등장할 것”
트럼프의 재집권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기차 업계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학자로 대통령에 관한 책을 다수 펴낸 ‘대통령학’ 전문가로 알려진 마이클 베슐로스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지난 23일 NBC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내년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국 사회에는 대통령제를 가장한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무리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