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대형주 줄하락 속 삼성E&A·삼천당제약은 ‘선방’
이미지 확대보기23일 국내 증시는 중동 전쟁 확전 리스크와 유가·환율 급등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하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6.49%(375.45포인트) 급락한 5405.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5.56%(64.63포인트) 하락한 1096.89로 장을 마쳤다. 시장의 공포 심리가 극에 이르면서 개장 직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코스피100 지수는 14.03%, 코스피 지수는 13.43% 하락했다.
이날 급락장은 주말 사이 급격히 고조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에서 촉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며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하자 이란은 해협 봉쇄를 예고하며 강하게 맞섰다. 이에 따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4.35달러까지 치솟는 등 급등했고,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후퇴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중동 갈등과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다우존스30(-0.97%), S&P500(-1.51%), 나스닥(-2.01%) 등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며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엑소더스’가 지수 폭락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6754억 원, 기관은 3조812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막대한 물량을 쏟아냈다. 개인투자자가 6조9984억 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6.7원 급등해 1517.30원에 마감한 점 역시 외국인의 자금 이탈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대부분이 무너졌다. 대장주 삼성전자(-6.57%)를 비롯해 SK하이닉스(-7.35%), 현대차(-6.19%), LG에너지솔루션(-5.19%), HD현대중공업(-10.20%) 등 반도체·자동차·2차전지·조선 등 주요 업종 전반에서 대형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하지만 칠흑 같은 하락장 속에서도 일부 종목은 선방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중 삼성E&A는 전날보다 1.84% 상승한 3만5950원에 마감하며 저력을 보였다. 최근 해외 발주처로부터 약 3조4200억 원(24억 달러) 규모의 대형 화공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데다 2025년 배당 성향을 25.1%로 상향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 가운데서는 삼천당제약이 3.75% 상승했고, 펩트론은 보합(0.00%)으로 하락을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길어질 경우 당분간 코스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 입장 차가 커 단기간 내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코스피는 타국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전쟁과 거시경제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높게 가져가야 한다"면서 "전쟁 뉴스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증시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은 초기 공포심리 정점 이후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면서 "과도한 공포 매도가 장기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걸프전과 호르무즈 사태 당시에도 유가와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은 바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은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연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면서 "어닝 시즌을 거치며 시장의 관심이 거시 변수에서 기업 펀더멘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증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수 급락보다는 실적 중심의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 종목과 함께 중동 변수에 따른 수혜 업종 중심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운송, 철강, 유틸리티, 조선 등은 중동 변수의 수혜 업종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생산 및 수출 인프라 피해가 확인되면서 향후 단순 복구를 넘어 구조적 재건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건설업의 수주 흐름을 중장기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