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간이 가상 아바타를 내세워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하는 버추얼 유튜버, 이른바 버튜버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2016년 말 그 개념이 제시된 이래 짧은 기간 만에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나, 버추얼 휴먼 등 다른 용어와 혼동을 일으켜 이들을 오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버튜버의 기원과 현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산업으로서 전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특집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버튜버 특집] ① 서브컬처 넘어 주류로…버추얼 유튜버가 뜬다
[버튜버 특집] ② "틱톡에서 핫해요"…젊은 세대에 분 '버튜버 열풍'
[버튜버 특집] ③ '성공 사례 있는 새로운 도전'에 매료된 엔터업계
[버튜버 특집] ④ 생성형 AI·VR…미래 기술도 버튜버와 함께 큰다
최근 뉴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콘텐츠는 단연 '버튜버'다. 글로벌 1인 미디어 플랫폼 모두 버튜버에 주목하는 가운데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물론 산업계, 의료계, 정부까지 버튜버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도쿄 번화가 하라주쿠에 스마트폰 체험 공간을 열었다. 이번 프로모션에는 유튜브와 함께 지난해 일본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받은 'ROF-MAO(로후마오)'가 함께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4인조 남성 버추얼 유튜버 그룹이다.
유튜브는 올 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431만명)을 보유한 버튜버 '가우르 구라'와 그녀의 동료로 222만 구독자를 보유한 '모리 칼리오페'를 초청해 '버튜버의 대두(The Rise of the V-tubers)'란 제목의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했다. 구라와 칼리오페는 이후 일본의 수도 도쿄의 공식 관광 홍보 대사로 선임됐다.
세계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 역시 '2022년을 강타한 5대 핫 키워드' 중 하나로 버튜버(V-tuber)를 지목했다. '중국의 유튜브'로 불리는 영상 플랫폼 빌리빌리는 한 술 더 떠 ROF-MAO가 소속된 그룹 '니지산지' 운영사 애니컬러와 함께 자체 버튜버 그룹 '버추아리얼(VirtuaReal)'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 유통사 켈로그는 지난해 트위치와 협업해 자사 마스코트 '호랑이 토니'를 버튜버로 데뷔시켰다. 일본의 빅테크 소니 역시 4개의 자체 버튜버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니에 소속된 '카미시로 리타'는 지난해 미국 정신건강연합회(NAMI)의 공식 엠버서더로 발탁됐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산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와 넥슨, 식품 유통사 빙그레 등이 이미 버튜버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청에서 이른바 '공무원 버튜버'를 선보인 것이 이미 3개월 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환갑을 앞둔 가수 김장훈의 '부캐'로 추정되는 버튜버 '숲튽훈'이 데뷔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버추얼 유튜버, 줄여서 '버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등 기술을 활용, 자신의 표정과 움직임을 따라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미국·한국·중국·독일·영국·인도네시아·태국·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지에서 50명 이상의 버튜버들이 파워 인플루언서의 영역인 100만 팔로우 반열에 올랐다.
'버튜버'라는 말의 원조로 꼽히는 것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 무기한 휴식을 선언하기까지 6년에 걸쳐 3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던 일본의 '키즈나 아이'다. 그녀를 비롯한 버튜버들은 대부분 일본 만화 풍 미소녀, 혹은 미소년의 모습을 취해 전형적인 '서브컬처' IP로 분류된다.
서브컬처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카툰 그래픽'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콘텐츠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서브컬처를 직역하면 하위문화인데, 문학·음악·영상 등 기존 대중문화에 비해 역사가 짧고 보다 마이너한 계층이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콘텐츠업계에선 지난 몇 해 동안 '서브컬처'가 더이상 하위 문화가 아닌 주류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선 2020년 9월 출시 후 2년간 세계적으로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원신'을 비롯해 글로벌 히트작들이 다수 등장해 사실상 주류 장르에 가까워졌다.
일본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공식 버튜버 계정 '파카튜브'는 지난달 유튜브 구독 100만명을 돌파하며 파워 인플루언서 반열에 올랐다. 서브컬처 게임 외에도 슈팅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나 '발로란트' 등이 버튜버 방송 콘텐츠로 입소문을 타며 크게 성장해 "버튜버에게 어필하는 것이 게임 성공의 지름길"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서브컬처에 가까이 다가섰다. 신인 연예인이 '체인소 맨' 등 애니메이션을 취미로 언급하고, '스즈메의 문단속'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극장에서 대중적으로 히트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넷플릭스 등 OTT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애니메이션 시장 공략 등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버튜버 중에는 과거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거나 연예계 지망생이었으나,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연예 활동 대신 버튜버 활동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방송에서 연예 활동 시절 경험이나 패션, 케이팝(K-Pop) 등 서브컬처와 큰 관련이 없는 주제로 토크하는 모습 역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은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중국 홍콩 성시 대학 등의 연구자들과 협력, 버튜버 시청자 커뮤니티를 연구한 보고서 '실제 인간보다 카와이('귀엽다'는 뜻의 일본어)한 라이브 방송인(More Kawaii than a Real-Person Live Streamer)'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시청자들이 버튜버 방송을 보게 되는 동기는 '재미있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친구와 함께 보기 위해' 등 일반 방송 콘텐츠를 보는 이유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나 제공자에 기대하는 것, 반응 양상 등에선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아바타와 별개로 실제 연기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