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격 100달러대 등락에도 실물 두바이유 프리미엄은 '38달러' 폭등
IEA 역대급 비축유 방출량, 걸프 지역 손실분(日 1,000만 배럴) 감당에 역부족
IEA 역대급 비축유 방출량, 걸프 지역 손실분(日 1,000만 배럴) 감당에 역부족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금융 트레이더들이 움직이는 '종이 선물(Paper Futures)' 시장이 정치적 수사와 비축유 방출 소식에 반응하며 유가를 90~110달러 선에서 방어하려는 것과 달리, 실제 원유를 조달해야 하는 '실물(Physical)' 시장은 이미 통제 불능의 가격 급등을 겪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 보도에 따르면, 실물 가격과 선물 가격 사이의 기록적인 격차는 유가 배럴당 200달러 시대가 더 이상 환상이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 "종이는 속여도 실물은 못 속인다"… 두바이유 프리미엄의 경고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은 미 행정부의 조기 종전 발언과 비축유 방출 기대감에 힘입어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실물 두바이유의 프리미엄은 선물 가격보다 배럴당 38달러나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는 정유업체들이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화물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걸프 지역의 생산자들은 하루 1000만 배럴의 생산량을 감축했으며, 수출길이 막힌 탓에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정제 시설 가동이 이미 중단되었다.
◇ IEA 4억 배럴 방출의 한계… "방패가 화살보다 작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970년대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분석가들은 이것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을 포함한 IEA 회원국들이 비축유를 방출하더라도 하루 공급량은 약 330만 배럴 수준이다. 이는 페르시아만에서 사라진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손실분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비축유가 실제 시장에 도달하기까지는 물류적 한계로 인해 최소 수주에서 120일(약 4개월)이 소요된다. 당장 4월 원유 구매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아시아 정유사들에게는 너무 늦은 지원이다.
비회원국인 중국은 비축 여유가 있으나, 인도는 전략 비축량이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 아시아 정유업계의 비명… "가동률 감축은 필연적"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대체 원유를 찾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중동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재무부가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구매를 허용했지만, 중동발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드 매켄지의 수샨트 굽타 국장은 "아시아 정유사들은 보통 15일분의 완충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분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지역 전역에서 정유 공장 가동률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 2026년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의 현실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에너지 공급 경로가 바뀌었을 뿐 전체 흐름은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공급망 자체가 끊겼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드 매켄지는 수주 내 브렌트유가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며, 분쟁 장기화 시 2026년 내 배럴당 200달러가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200달러는 어렵다"며 시장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한국 에너지 시장에 주는 시사점
중동 원유 비중이 높은 한국은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권에 있다.
실물 가격 급등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상으로 즉각 전이될 것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비상 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석유 제품(제트유, 디젤) 가격의 전례 없는 급등은 항공 및 물류 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전체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선물 시장의 일시적 후퇴에 속지 말고, 실물 시장의 고통 지수를 모니터링하며 원자재 관련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