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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바람'에 벌벌 떠는 IT업계…노조로 뭉치는 직원들

NC·구글코리아 노조 출범…기존 노조 가입도 증가세
글로벌 빅테크들이 무더기 감원 소식이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직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프리픽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빅테크들이 무더기 감원 소식이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직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프리픽
빅테크들의 연이은 무더기 해고 소식에 국내 IT업계인들의 불안감도 가속화되고 있다. 직원들의 불안감은 연이은 대형 업체의 노동조합(노조) 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화섬식품노조)에선 지난 10일,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NC)의 노조 지회 '우주정복(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 회사)'이 설립됐다.
노조 측은 "임원들은 불투명한 평가 속에 끝없는 임기를 보장받고 있지만 직원들은 권고사직·대기발령 등으로 '한시적 정규직'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설립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NC는 넥슨·스마일게이트·웹젠·엑스엘(XL)게임즈에 이어 국내 게임사 중 다섯 번째로 노조가 설립됐다.

올 2월에는 기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2대 노총과 별도의 노조 협의체 '새로고침 협의회'가 출범했다.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됐다는 뜻에서 이른바 'MZ노조'라 불리는 이 협의회에는 LG전자·에너지솔루션, LS일렉트릭,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노조들이 가입해 있다.

글로벌 빅테크 알파벳(구글)의 한국 지사 구글코리아에서도 이달 11일 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지부 형태로 노조가 출범했다. 애플의 한국 지사 애플코리아 직원들도 이달 안에 노조 설립 총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올 1월, 세계 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코리아 노조 측은 "지난 4년간 '꿈의 직장'이라 불렸던 구글이 다른 빅테크 트위터·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메타플랫폼스(메타) 등을 따라 감원의 칼날을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설립 총회를 거쳐 정식 출범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설립 총회를 거쳐 정식 출범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빅테크들은 지난해 계속된 세계적 경제 침체, 코로나 수혜 산업이었던 IT업계가 코로나 종식으로 역기저효과를 보게 된 것 등의 이유로 줄줄이 1만명 전후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 코리아의 PR팀이 해체됐으며 MS와 메타 등에서도 감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팀블라인드는 자사 직장인 소셜 앱 '블라인드'에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입자 수가 6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블라인드의 주 이용자 층은 한국과 미국 서부다. 세계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9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가 세계 직원 중 13% 수준인 1만1000명대 감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메타 직원 7000여 명이 새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올해 들어 앞서 언급한 NC나 데브시스터즈 등 게임사 직원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권고사직·퇴사 통보 등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이에 대해 두 게임사 측은 각각 "권고사직을 진행한 바 없다", "퇴사를 통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 직원들 사이에선 '요즘은 이직을 고려하면 안 되는 시기', '상반기 안에 직장 못 구하면 당분간 백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라며 "노조에 대한 관심이 오르는 것도 고용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섬식품노조 산하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올 1월 조합 가입자 수가 카카오 본사 사원 수(지난해 기준 3901명)의 절반에 가까운 19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본사 직원 중 40%가, 넥슨은 35%가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대두는 IT업체들 입장에서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등은 이미 유럽에서 노동법 문제로 노조들의 반대에 부딪혀 본사 감원 계획을 수행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근로기준법 역시 정리해고를 위해 50일 전까지 통보,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등을 요구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 수준의 감원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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