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업계 글로벌 톱으로 꼽히는 그룹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운영사 커버 주식회사(Cover Corp., 이하 커버)가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 증권시장 운영사 일본거래소그룹(JEC)에 따르면 커버의 주식은 오는 27일 개장과 동시에 거래가 시작된다. 소속은 도쿄 증권거래소 3부 그로스시장으로 국내로 치면 코넥스에 해당한다.
커버는 게임 개발 디렉터로 10년 가까운 경력을 쌓아온 '야고' 타니고 모토아키 대표가 지난 2016년 창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가상증강현실(VR·AR) 게임 개발을 목표로 했으나 버추얼 유튜버 '토키노 소라'를 매니지먼트, 이듬해 9월 데뷔시키며 가상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피버팅(사업전환)했다.
홀로라이브의 최대 주주는 지분 34.76%를 보유한 타니고 대표다. 여기에 후쿠다 이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분 4.57%를, 스다 키미유키 사외아사가 지분 1.37%를 들고 있다. 2대주주는 일본의 글리 벤처스와 미즈호 금융그룹이 함께한 'AT-II 투자조합'으로 지분율은 15.76%다.
미즈호 그룹은 이와 별도로 '미즈호 성장 지원 펀드 2호' 명의로 3.25% 지분을 보유 중이다. 3대 주주는 IPO(기업공개) 파트너사인 브레이크포인트와 와카야마 리코 집행임원으로 각각 0.24%, 9.1%씩 도합 9.34% 지분을 들고 있다. 4대 주주는 지분 5.03%를 들고 있는 밸리 컨설팅이다.
커버가 기록한 매출은 대부분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활동을 통해 창출된다. 프로덕션은 구체적으로 54명이 소속된 여성부 '홀로라이브', 21명이 소속된 남성부 '홀로스타즈'로 구분된다. 홀로라이브는 본토와 영어권 지부·인도네시아 지부 등 3개, 홀로스타즈는 본토와 영어권 지부 2개로 구분된다.
두개 부서 중 회사의 핵심을 맡고 있는 것은 여성부다. 홀로라이브에는 세계에서 가장 구독자가 많은 버튜버 5명 중 4명이 소속돼있다. 5명 중 유일하게 홀로라이브 소속이 아닌 2위 '키즈나 아이(305만명)'는 2022년 2월 무기한 휴식을 선언, 사실상 은퇴 버튜버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 1위 '가우르 구라(429만명, 이하 구독자 수)'와 4위 '모리 칼리오페(220만명)'는 영어권, 3위 '호쇼 마린(233만명)'과 5위 '우사다 페코라(219만명)'는 본토 소속이다. 또 9위 '코보 카나에루(192만명)'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버튜버다.
홀로라이브 프로덕션 소속 75명의 구독자 수 총합은 21일 기준 7178만명이다. 이중 홀로스타즈의 구독자 수는 346만명이다. 여성부 54명의 총 구독자 수는 6832만명, 평균 구독자 수는 126만명이다. '파워 인플루언서'의 상징 100만 구독을 돌파한 유튜버는 여성부만 34명, 유튜브 공식 음악 아티스트 인증을 취득한 것은 여성부 8명, 남성부 1명이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슈퍼챗 매출 수익 상위 10명 중 5명이 홀로라이브 소속이었다. 특히 2021년 12월 데뷔한 신인 '사카마타 클로에'와 '하쿠이 코요리'가 각각 매출 11억4237만원으로 2위, 9억940만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커버의 회계연도 2022년(2021년 3월~2022년 2월) 실적은 매출 136억엔(약 1349억원), 경상이익 18억엔(약 183억원), 연순이익 12억엔(약 123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 138.6%, 영업이익 8.7%, 순이익 1.9%가 상승했다.
당사 실적을 비교하기에 적합한 업체는 홀로라이브 프로덕션과 더불어 업계 투 톱으로 꼽히는 '니지산지'의 운영사 애니컬러다. 애니컬러는 지난해 6월 8일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시장에에 상장됐다. 현재 한국의 코스피에 해당하는 프라임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애니컬러는 회계연도 2022년(2021년 5월~2022년 4월) 매출 141억엔(약 1398억원), 영업이익 42억엔(약 414억원), 연순이익 28억엔(약 276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에는 회계연도 2023년 상반기(2022년 5월~10월)에만 지난해 전체와 엇비슷한 실적을 기록, 주가가 한때는 거래 시작가인 4800엔 대비 2배 넘게 치솟았다.
커버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회계연도 2022년 기준 콘텐츠 부문이 39%, 공식 굿즈 등 머천다이징 부문이 35%를 차지했다. 라이브 방송과 이벤트 매출은 1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본 본토 매출 비중은 2023년도 1~3분기(2022년 4월~12월) 기준 62%였다.
애니컬러의 2023년 1~3분기(2022년 5월~2023년 1월)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커버의 '머천다이징'에 해당하는 커머스 부문 매출이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라이브 방송·이벤트 매출은 22.4%였다. 매출 전체에서 일본 본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로, 커버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홀로라이브는 7000만명 규모의 글로벌 유튜브 팬덤을 바탕으로 미디어믹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보유 IP 잠재성과 기획력을 고려하면 애니컬러와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을 받기 충분한 업체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은 상장을 앞둔 지난 18일, 도쿄 인근 대형 전시장 마쿠하리 멧세에서 오프라인 전시 행사 '홀로라이브 슈퍼 엑스포 2023'와 온라인 단체 콘서트 '홀로페스'를 이틀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반다이 남코와 스퀘어 에닉스, 부시로드 등 대형 콘텐츠사들이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행사 마무리 후에 사측은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 '블루 저니', 메타버스 프로젝트 '홀로라이브 시티' 등을 예고했다. 특히 '홀로라이브 시티'는 사측이 기존에 추진해오던 메타버스 프로젝트 '홀로어스'를 보다 현실과 연계하는 형태의 콘텐츠로 풀이된다.
홀로페스 개최와 상장을 앞두고 커버는 홀로라이브 소속 버튜버들이 현실 속 팬들과 함께하는 콘셉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수 선보였다. 일본은 물론 대만, 홍콩,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 세계 각국 팬들은 공공버스 래핑, 지하철역 광고 등의 형태로 홀로라이브 버튜버들의 기념일을 축하해왔다. 도쿄시가 최근 공식적으로 홀로라이브의 버튜버 3인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버튜버가 다수 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홀로라이브'를 목표로 삼은 이들도 여럿 있다. 최근 '블루점프 프로젝트'를 론칭한 98만 구독 버튜버 '대월향'이 대표적인 예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쓰리와이(3Y)코퍼레이션은 최근 공지를 통해 자신들의 버튜버 그룹 '스타데이즈'와 사측의 관계가 "홀로라이브와 커버같은 관계"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타니고 모토아키 커버 대표이사는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목표로 '팬과 크리에이터가 함께하는 메타버스 구현'과 '글로벌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문화 선도'를 제시해왔다.
'슈퍼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일본 매체 리얼사운드와의 인터뷰에서 타니고 대표는 "외부에서 13명만 시청했던 첫 버튜버 방송에서 세계 각국의 수많은 분들이 응원하는 행사를 여는 그룹이 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며 "버튜버 시장은 앞으로도 다각도로 발전해나갈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업계를 리드하는 존재로 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