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브컬처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끌던 중국 게임 '무기미도'가 국내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과거 이른바 '한복 동북공정' 사건을 일으킨 게임사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 한국 서버 운영진은 14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무기미도' 공식 네이버 카페에는 이날 오전 "이용자분들께 혼란을 끼쳐드려 송구합니다"란 제목의 공지가 게재됐다. 운영진은 개발사인 아이스노게임즈의 중국 법인명 쯔이네트워크의 이름으로 논란에 대한 해명과 이후 운영 방안에 대해 공지했다.
쯔이네트워크는 지난 2019년 설립된 신생 게임사로 '무기미도'는 이 회사의 데뷔작이다. 지난해 10월 27일 한국을 포함 글로벌, 일본 서버가 동시 출시된 이 게임의 장르는 수집형 RPG로, '이능력 교도소'라는 느와르적 세계관과 어두운 분위기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달 초 국내 출시 100일차를 맞아 열린 이벤트에서 중복 당첨된 이용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연달아 아이스노 게임즈의 국내 지사 소재지가 과거 중국의 '페이퍼게임즈' 한국 지사 소재지였던 곳과 같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페이퍼게임즈는 여성향 게임 '니키' 시리즈로 유명한 중국계 게임사다. 지난 2020년 11월 게임 '샤이닝니키'에 한복 스킨을 내놓은 후 중국 현지에서 "이번 업데이트에 관해 중국의 전통과 존엄을 지키겠다"고 발표해 한복을 중국의 전통문화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한복 동북공정' 논란에 시달린 끝에 같은 달 한국 철수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무기미도 공식 카페, SNS와 팬 커뮤니티에서 이에 관한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일각에선 "3년 전처럼 발 빠르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 아니냐", "게임 환불을 요구한다"는 등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쯔이네트워크 측은 이러한 논란에 관해 "문제가 된 이벤트에 대한 일련의 전수 조사에 나섰으며 마무리되는 대로 내용을 공유드리겠다"며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이벤트 시행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안에 말씀드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페이퍼게임즈와 연관성에 관해선 "중국 내 A 회사의 인력을 한국지사 인력으로 채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지화 등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노하우와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측의 이러한 사과에 네티즌들은 '부족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국내 지사 외에도 △샤이닝니키 영문판 트위터 계정 명의로 무기미도를 홍보했던 전례 △중국 인터넷 기사에서 무기미도 출시 초기 게임 정보 제공 출처가 페이퍼게임즈였던 사례 △해외 법인 관련 플랫폼에서 쯔이네트워크가 과거 페이퍼게임즈와 같거나 유사한 번호, 메일 주소를 썼다는 점 등, 본사 차원에서 관계가 있다는 의혹에 댓난 해명은 없었기 때문이다.
무기미도를 이용중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회사의 국적과 게임은 별개라는 마음은 아직 갖고 있지만, 과거 조기 서비스 종료 등 문제를 일으킨 업체와 관련된다는 점은 납득이 어렵다"며 "중국의 다른 게임들도 문제를 일으키지 말란 법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무기미도 외에도 하비 '탕탕특공대', 37게임즈 '데블M'과 '히어로즈테일즈', 4399게임즈 '기적의 검' 등 여러 게임이 매출, 인기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중 국내 현지 서비스 면에서 두루 호평을 받는 곳은 '원신'의 호요버스, '명일방주' 퍼블리셔사 요스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과거 '샤이닝니키'를 이용해 본 국내 게임사 직원은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차이나 리스트'의 연장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때도 한국지사로 추정되는 기존 계정과는 다른 운영자가 갑자기 나타나 이용자 불만을 묵살하고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번역체의 어색한 문장을 사용해 중국 정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기존 운영진은 한복 콘텐츠 삭제를 약속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무기미도 한국 서비스에 참여했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중국 본사와 페이퍼 게임즈 간의 관계성 의혹에 대해선 향후 공지를 통해 보다 명확한 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