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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은 제2의 테라 사태…폰지사기와 다름 없어"

'재무 불건전' 보도 후 10일만에 파산…부채 최대 '66조원'
전임 SEC 위원, 86조원대 폰지사기 '메이도프 사건'에 빗대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11-15 17:00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이사. 사진=FTX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이사. 사진=FTX 유튜브
"FTX의 파산 과정은 마치 테라 폭락 사태와 같았다. 폰지사기와 같은 수법을 활용하다 문제가 일어났고 수십억달러의 돈이 단 며칠 만에 사라졌다." 비트코인 전문 투자 업체 스완비트코인 대표 코리 클립스텐은 FTX의 몰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바이낸스·코인베이스와 더불어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히던 FTX는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 지방법원에 챕터11 파산(법원 감독 하에 회생을 목표로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2일 블록체인 전문지 코인데스크의 보도에 의해 재무적 취약성 문제를 지적 받은 후 10일만이다.
파산 부채 규모는 최대 500억달러(약 66조원), 피해자 수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비할 데 없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때 '비트코인 억만장자'로 불렸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는 '사기꾼'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았다.

FTX 파산 직전 기업가치 추산치는 320억달러(약 42조원)였다. FTX에 2억1400만달러(약2834억원)을 투자했던 세쿼이아캐피탈 등을 비롯해 많은 투자사들이 FTX 투자금을 전액 손실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불과 1주 전까지만 해도 신뢰받던 플랫폼이 순식간에 파멸을 맞이했다"는 평을 남겼다.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최고 3009만원에서 최저 2114만원으로 29.8% 급락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5일 기준 8420억달러로 월초 대비 2000억달러(약 264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의 11월 원화 거래가 차트. 사진=코인마켓캡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의 11월 원화 거래가 차트. 사진=코인마켓캡

FTX의 파산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친 파장은 이른바 '코인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불리는 테라 폭락 사태의 데자뷔로 평가받고 있다. 테라 사태가 일어났던 올 5월, 비트코인의 거래가는 월초 4807만원대에서 월말 3924만원까지 18.4% 추락했다.

테라 폭락 사태는 한국계 블록체인업체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LUNA)의 거래가가 지난 5월 9일 약 70달러에서 11일엔 1사토시(0.00000001비트코인, 약 0.4원)로 폭락한 사건이다. 테라는 1달러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담보 역할을 하는 코인이었는데, 테라USD가 1달러 가치를 방어하지 못하자 테라도 함께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폭락했다.

코리 클립스텐 스완비트코인 대표는 "FTX는 자체 발행 토큰을 바탕으로 '폰지사기'와 비슷한 수법을 활용했다가 발목을 잡혔다는 점에서 제2의 테라폼랩스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FTX가 자체 발행한 'FTX 토큰(FTT)'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코인데스크가 지적한 재무 불건전성은 FTX의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재표를 근거로 했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재표를 확인한 결과 투자 활동을 위한 담보 중 일부로 FTT를 활용하는 일종의 '자전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연달아 FTX의 업계 라이벌 바이낸스가 7일 "앞서 테라 사태에서 배운 대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사측이 보유한 FTT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바이낸스는 과거 보유하고 있던 FTX 지분을 청산하는 대가로 FTT 등 암호화폐를 지급받았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 FTT의 가격은 24달러대에서 6달러로 하루만에 75% 폭락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 사진=바이낸스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 사진=바이낸스 공식 유튜브

FTX의 파산이 '제 2의 테라 사태' 혹은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래리 서머스 전임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리먼 브라더스보단 회계부정으로 인해 파산한 지난 2007년 엔론 사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엔론의 파산 뒷수습을 맡은 존 레이 3세가 FTX의 새로운 대표로 이번 사태의 뒷수습을 맡게 된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법조계의 '가상자산 통'으로 알려진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된 암호화폐로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웠던 '테라'와 달리 FTX는 전문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었다"며 "국내에서 이번 사건을 테라 사태와 같은 결에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업 앤드어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역시 "FTX 사건을 제2의 테라 사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형 거래소 사이 인수전 과정에서 회계적 미비점이 발견됨에 따라 일어난 사고에 가깝다"며 바이낸스가 FTX의 파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이달 7일 FTT 청산 계획을 발표한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대표는 이틀 후인 9일 돌연 "FTX의 구제 요청을 수용,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 의향서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9시간 만에 "매채 보도와 의혹, 회사 상황등을 고려한 결과 FTX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번복했고 FTX는 다음날 파산 신청했다.

사진=가상자산 거래소 멕스씨(MEXC)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가상자산 거래소 멕스씨(MEXC) 블로그

FTX 사태는 암호화폐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오랜 기간 가상자산에 투자해온 한 블록체인사 직원은 "FTX 사건 관련 정보를 정리하느라 일주일 넘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장을 모니터링했다"며 "테라 사태는 이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으며 블록체인업계가 성립된 후 가장 큰 일이 일어났다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압력 수위 역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인 존 리드 스타크 듀크대학교 로스쿨 자문위원은 "FTX 사태는 '버니 메이도프 사건'보다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버니 메이도프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650억달러(약 86조원)대 폰지사기를 주동해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던 증권 투자자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정'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14일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소비자들, 나아가 업계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몇가지 규제가 필요하다"며 "업계인들 역시 적절하게, 안정적인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문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구태언 변호사는 "대형 거래소가 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한 사건인 만큼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이라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짚지 않고 규제부터 도입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FTX 사건의 원인이었던 거래소 자체 발행 토큰은 국내에선 이미 특금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이용 등에 관한 법률)으로 금지돼있다"며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규제만 들이민다면 블록체인계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까지 짓밟는 불상사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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