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급 분류를 불공정하게 진행해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27일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시민들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으로 활동중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게임위 비위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감사원 국민 청고 연대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초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캠페인은 일찍이 모여든 시민들로 인해 40분 일찍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가한 인원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었으나 중년 게이머층은 물론 여성 게이머, 방금 휴가를 받은 듯 군복을 입고 동참한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캠페인 시작 직후, 서명에 동참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행렬은 캠페인 시작 직후 국회 정문서 400m 지점인 국회대로·여의서로 교차로를 넘어 국회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렬은 당초 캠페인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오후 5시까지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상헌 의원실 측은 시민들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 국회의사당 마당 안으로 줄을 설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 당초 테이블 하나로 받기 시작한 서명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 4개의 소형 테이블을 추가로 공수했다.
오전 일찍 여의도를 찾았다고 밝힌 한 서명인은 "게임물 등급 분류 과정에서 게이머들의 의견에 눈을 닫고 귀를 막은 듯한 게임위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오후 1시에만 어림잡아 1000명은 줄지어 선 것 같다"고 증언했다.
오후 6시까지도 서명 행렬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오후 5시까지 줄을 서신 분들에게만 서명을 받기로 결정, 시민들에게 미리 안내했다"며 "정확한 서명인 수는 별도로 확인해 봐야겠으나 5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참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명을 위한 행렬이 줄 지어선 가운데 자발적인 '봉사'에 나선 이들도 눈에 띄었다. 국회 정문에선 몇 명의 대학생이 막 현장에 도착한 이들을 국회 내부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명은 이미 마무리했지만, 좋은 취지의 행사인 만큼 봉사하는 마음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또 행렬 곳곳에서 무료로 생수를 배부하는 시민들, 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들 역시 대부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임위에 대한 '불공정 등급 심사' 의혹은 이달 4일, '블루 아카이브'가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으로 등급이 변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이용자들은 '서브컬처 게임에 유독 가혹한 심의 기준이 적용된다'며 집단 민원 등 행동에 나섰다.
이후 1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상헌 의원이 지난 4년간 게임위가 심의 상정한 게임 3828건 중 위원 의견이 개진된 사례가 227건(5.9%)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게임위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몇 해 동안 있었음에도 계속된 '밀실심사'가 이번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상헌 의원실 측은 게임위서 38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게임위가 개발을 수주한 업체에 어떤 배상금도 받지 않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으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 경 공식 SNS를 통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표했으며, 의원실 측은 이날 감사원 감사를 위한 국민 직접 청구를 위한 필요 조건인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기 위해 캠페인에 나섰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