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술 ‘소주’의 공장 출고가 인상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값도 오를 전망이다.
통상 주류 제조판업체가 출고가를 높이면 식당은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인상한다. 이에 따라 4000~5000원에 형성돼 있는 식당 소주 가격은 5000~6000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 소맥 한잔을 마시려면 1만원은 ‘기본값’인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소주 시장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공장 출고가를 23일부터 7.9%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류 유통·도매업체들은 식당에 납품하는 소주 단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달 초 자영업자에게 인상분을 적용한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고기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모임인 ‘고창모’의 한 회원은 평소 거래하는 주류업체로부터 소주를 박스당 2000~3000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모임인 ‘호운사’ 회원 역시 23일부터 소주만 박스당 4000원 올린다는 거래처의 안내가 있었다고 했다. 주류 유통·도매업체마다 인상 폭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 박스당 3000원 수준으로 올렸다.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 오르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이번 같은 경우는 소주 주원료인 주정값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도 확실하다. 4월부터는 주세법 개정안에 따라 맥주에 붙는 세금까지 높아질 예정이라 맥주 값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속무무책으로 오르는 물가에 자영업자들의 고심은 깊어져만 간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소줏값 인상분을 당장 메뉴판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지역 상권 분위기를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와 사회적거리두기 영향으로 이미 저녁 손님이 많이 줄어 걱정인데 소주까지 올려 받으면 그나마 오던 발길도 끊길 것 같아서 생각이 많다”고 했다.
찜닭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전반적으로 오르지 않은 것이 없어 버티기 힘든데 주류 입고가까지 오르니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또 “지금 주변 가게 모두 메뉴 가격을 동결한 상태라 찜닭값도 못 올리고 있는데 소주가격도 눈치 보느라 못 올릴 것 같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눈치 보지 말고 업주들도 소매단가를 함께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이자도 오르고 주류값까지 오르니 미칠 노릇인데 또 올리자니 손님이 떨어질까 무섭다”며 한탄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이미 가격을 올렸지만 손님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고 있다”, “강남 지역이라 소줏값을 6000원으로 올리고 싶은데 아직 인근 상권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미리 소주 100박스를 구매해 쟁여뒀다”, “동네 장사라 다른 상가 눈치를 보고는 있지만 3월부터 500원이라도 올릴 생각”, “동네에서 먼저 올리면 역풍 맞기 십상이라 주변에서 올릴 때까지 기다리는 중” 등의 상황을 공유했다.
이와 관련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실 주류제조판매업체는 병당 출고가 인상이 100원도 채 되지 않는 몇십원 수준이지만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가면서 1000원 단위로 오르다 보니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