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신세계그룹으로 윤곽이 잡히면서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단독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50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이베이 본사와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단독 인수를 위해 최근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들로부터 대출의향서를 받았다.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부담돼 인수 컨소시엄에서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의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 시장점유율은 15%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베이코리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약 12%다. 네이버(18%)와 쿠팡(13%)에 이어 3위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단숨에 이커머스 '3강' 체제에 합류하게 된다.
이 가운데 파죽지세의 쿠팡의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쿠팡은 물류센터에 투자를 이어가며 배송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었다. 지난 3개월 사이 새로 발표한 누적 투자금액은 1조 원이 넘는다. 일본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그러나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화재 대처가 문제가 됐다. 화재 발생 당일 김범석 쿠팡 창립자가 국내 법인 의장과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법 시행이 내년 1월이어서 김 의장은 이번 화재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향후 국정감사 등에 불려 나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피하려고 선제적으로 사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면서 불매 운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밀린 롯데그룹은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가 가진 신선식품 역량을 활용해 그로서리(식음료) 부문을 강화하고, 롯데백화점이 가진 패션·명품·뷰티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쇼핑몰) 인수나 배달 앱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외부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롯데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인수·합병(M&A) 경험이 풍부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윤곽이 잡히고, 하반기 11번가와 아마존 협업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신세계가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롯데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