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코로나19 상황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하 신세계 강남점)이 올해 ‘세계 1위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최대 백화점이자 세계 1위 백화점으로 꼽히는 이세탄 신주쿠 본점의 매출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에 주춤한 日 이세탄 신주쿠…글로벌 백화점 순위 판도 바뀔까?
이세탄 신주쿠 본점은 2006년 일본 내 1위 백화점으로 올라선 이후 줄곧 세계 1위 백화점 자리를 놓치지 않은 곳이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는 연간 매출이 2조 77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해 봄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백화점들은 약 1개월간 영업을 중단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이세탄 신주쿠 본점의 매출은 2070억 3700만 엔(한화 약 2조 975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대비 24.5% 감소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 2조 394억 원을 달성했다. 5000억 원 이상 차이가 났던 이세탄 신주쿠점과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 격차는 지난해 500억 원대로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점별로 매출 공개를 하고 있지 않아 신세계 강남점이 현재 세계에서 몇 위라고 명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제6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세계백화점은 위기를 최상의 기회로 전환해 ‘압도적 상권 1번점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새 단장에 한창인 롯데百 본점, 첫 타자는 골프 매장
지난 2017년까지 전국 백화점 매출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 본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내준 1위 타이틀 탈환에 나선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매출 기준으로 국내 2위인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42년 만의 전관 ‘리뉴얼’을 추진해 변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오는 2022년 하반기까지 본점 명품 매장 면적을 현재 33%에서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3월 착수한 리뉴얼의 첫 성과물로 지난 5월 말 6층 골프 브랜드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30% 키워 1400㎡(420여 평)로 조성했다.
영골퍼들이 환호하는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 5개도 새로 들였다. 수도권 롯데백화점 중 이번에 본점에 처음 공개된 ‘지포어’, 지난 3월 백화점 중 최초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 입점해 2개월간 월평균 매출 1억 원을 달성한 ‘어메이징크리’를 비롯해 '페어라이어' '세인트앤드류스' '어뉴골프' 매장을 함께 선보인다.
골프 상품군 옆에는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에피그램’ ‘커스텀멜로우’ 등 브랜드를 하나의 매장으로 편성한 복합 매장 '맨즈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로컬 프로젝트' 매장에서는 지방 소도시의 특산품과 에피그램 상품을 연계해 만날 수 있다.
이는 MZ세대가 여가 시간 골프에 빠지면서 고가의 골프 의류‧용품 구매에 나선 흐름을 반영한 결정이다. 실제로 지난 1~4월 롯데백화점의 골프 의류와 용품 매출에서 MZ세대가 이뤄낸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했다.
이 외에도 롯데백화점 본점은 남성복 시장의 추세에 맞춰 남성 해외명품,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대폭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남성 해외명품 매장은 오는 7월, 남성 컨템포러리 매장은 오는 9월 차례로 문을 연다. 내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외부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본점 식품관도 개편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장 개편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말고도 더현대 서울의 개관으로 서울 백화점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명품 매장 면적을 늘리는 것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홀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명품 부문을 강화해 백화점의 큰손이 된 MZ세대를 붙잡겠다는 의도다”라고 해석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