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의 '샘표'는 1946년 생산을 시작해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된 상표다. 샘표는 장을 사 먹는다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부터 간장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왔다.
샘표의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회장은 "앞으로는 장 담그기가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누구나 위생적으로 제대로 만든 장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예견처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빠른 산업화로 도시에 사람이 몰려 집에서 장을 담가 먹는 것이 쉽지 않아지자 샘표의 간장은 주방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았다.
샘표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970년대 후반 무허가 제조업체가 증가하면서 간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이어 1985년 무허가 업체에서 만든 불량간장 고발 뉴스가 보도되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고 점유율 65%가량을 차지하며 업계 1위였던 샘표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에 박승복 샘표 회장은 TV 광고에 직접 출연해 샘표의 안전을 보증했다.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견학을 언제라도 환영합니다"라는 회사 대표의 문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때 견학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박 회장은 직접 공장을 안내하며 제조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간장파동 이전보다 오히려 샘표의 매출이 증가하게 됐다.
샘표의 대표 제품은 '진간장'과 '양조간장 501'이다. 진간장은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진하고 구수한 맛의 간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시판 간장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진간장은 가정에서 담가 먹던 것이 일반적이던 간장을 유통 시장으로 진입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조간장 501은 간장 품질 기준에서 이름을 따왔다. 간장은 단백질 함유량에 따라 1.0%가 '표준', 1.3%는 '고급', 1.5%를 '특급'으로 분류한다. 샘표 간장은 1.5% 특급 간장으로 분류됐는데 1.5%가 마케팅에선 각인 효과가 부족해 1.5를 뒤집어 501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샘표는 염도를 낮춘 저염 간장, 참숯으로 걸러 맛이 부드러운 참숯 간장,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향신 간장, 국물 요리에 기본으로 사용되는 국시장국 등 3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간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샘표 제품이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력이다. 샘표는 국내 식품업계 최상위 수준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다. 샘표는 매출액의 약 5%를 발효기술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시장 다변화, 체질개선 등으로 혁신제품을 출시 중이다. 전체 임직원 중 20%가 연구인력으로 구성될 정도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는 지난해 '제6회 중견기업인의 날'에서 정부 포상을 받기도 했다.
샘표 관계자는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겠다는 샘표의 꿈을 펼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