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총수)'로 지정될 전망이었지만 이를 피했다.
지난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 원이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을 다음달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앞서 공정위의 발표 전 쿠팡의 총수 지정 문제가 불거졌다. '쿠팡 그룹'은 미국의 쿠팡Inc가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그 아래에 쿠팡 한국법인을 비롯해 쿠팡USA, 쿠팡 베이징, 쿠팡 상하이, 쿠팡 선전, 쿠팡 싱가포르 등 6개 해외 자회사가 연결돼 있다. 이들 자회사에 대한 쿠팡Inc의 지분율은 모두 100%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미국에 있는 쿠팡InC를 규제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발표로 쿠팡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고, 동일인에는 쿠팡㈜가 지정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실질적 지배자임이 분명하나, 미국 국적을 보유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총수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쿠팡은 쿠팡 법인을 중심으로 국내 계열사간 내부 거래 등만 공시하면 된다.
공정위는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쿠팡의 총수는 쿠팡 한국법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창업자가 모두 총수로 지정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190년대에 제정된 총수 지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제도는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현행 규제는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당장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실효성 등에서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
공정위 역시 총수 지정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공정위는 "쿠팡은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면서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