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이 노동 환경 관련 문제와 계속해서 엮이고 있다. 지난 주말 쿠팡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고강도 노동 환경의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쿠팡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쿠팡친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쿠팡 구로 배송캠프에서 근무하던 캠프리더 역시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고강도 심야 노동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쿠팡친구 A씨는 평소 아내에게 심야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의견이 전해지면서 과로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평소 지병이 없었던 고인의 죽음은 고강도 심야노동으로 인한 명백한 과로사에 해당하다"라고 주장했다. 뇌출혈과 심장 쪽 문제가 있었다는 1차 부검 소견은 전형적인 과로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면서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과로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24일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며, 근무시간도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쿠팡에 따르면 A씨의 지난 12주간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다. 지난해 발표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의 근무기간은 평균 주 6일, 71시간이다.
쿠팡은 이와 관련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차별화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우선, 지난해 전국 물류센터 인력을 78% 늘려 개인당 업무 부담을 줄였다. 쿠팡은 자동 포장 시스템과 자동 분류기를 도입하고, 컨베이어벨트 증성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업 동선 최적화로 업무 강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산업재해 논란이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쿠팡 직원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쿠팡의 장기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산업재해와 관련한 투자 위험에 대해 명시했다"면서 "거래소 상장 때 ESG를 평가하는 곳은 없어 상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 판단 시 해당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곳이 많아 쿠팡이 앞으로 계속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