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호반건설이 최근 1~2년 사이 스마트시티 기술 스타트업 투자‧ 육성, 레저·유통기업 인수합병(M&A)을 전개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신(新)경영 행보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사장을 주축으로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중소기업과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력사업인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마트건설 체계 구축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지난 2019년 2월 출범한 호반건설 액셀러레이터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이하 플랜에이치)’는 김 사장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갖고 기획한 작품이다.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란 초기 창업자들을 발굴·투자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전 창업교육과 전문 멘토링을 지원하는 민간 창업 보육기관을 말한다.
지난 2019년 열린 ‘호반 오픈이노베이션’에서 호반그룹은 플랜에이치를 기반으로 한 건설·기술 기반의 4차 산업 육성을 선포했다. 당시 호반그룹은 플랜에이치를 통해 혁신성장을 이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스타트업과 호반그룹을 연결하겠다는 사업 방향도 제시했다.
플랜에이치는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플랜에이치가 발굴한 스타트업은 ▲도심형 스마트팜 기업 ‘쎄슬프라이머스’ ▲안면인식 기반 보안솔루션 업체 ‘씨브이티(CVT)’ ▲디지털트윈(실제 공간을 컴퓨터상에서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 기업 ‘플럭시티’ ▲프롭테크 기업 ‘텐일레븐’과 ‘지인플러스’ 등이다. 호반은 아파트 브랜드 ‘호반써밋’과 ‘베르디움’ 등에 스타트업의 특화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연구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와 손잡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사업예측 서비스 구축 ▲MS 365 기반의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프로그램 지원 ▲단계별 효과에 따른 로드맵 수립 ▲협력 분야별 유관 레퍼런스 사례와 최신 IT 트렌드 정보 공유 등을 함께 추진한다.
호반건설은 플랜에이치를 통해 단순히 자사의 주거상품 혁신을 넘어선 스마트시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이다.
호반건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문도 적극 두드리고 있다. 과거 주택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해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리솜리조트를 2500억 원에 인수해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레저사업에 진출했다. 레저 부문 확대는 2017년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인수가 시발점이었다. 또한, 2019년 덕평CC(현 H1클럽), 서서울CC를 인수해 여주 스카이벨리CC,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국내 7곳, 해외 리조트와 골프장 1곳을 보유 중이다.
호반건설은 유통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11년 판교에 스트리트형 쇼핑몰인 ‘아브뉴프랑’을 선보였다. 이후 아브뉴프랑 판교점을 시작으로 2015년 아브뉴프랑 광교점, 2018년 아브뉴프랑 광명점을 잇달아 개장하고 유통사업을 확장해 오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호반프라퍼티와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인 대아청과를 564억 원(호반건설 지분 49%)에 인수해 농산물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호반그룹 자회사로 부동산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호반프라퍼티는 2019년 말 삼성금거래소 지분 43%를 223억 원 가량에 사들이며 금·은·보석류 등 귀금속 유통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호반건설은 태양광발전과 해상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충남 태안군 일원에 마련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최근 그룹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했다”면서 “스마트시티·도시재생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추후 인공지능·신재생에너지·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신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