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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화웨이 스마트폰 빈 자리…결국 中 기업 몫?

중국 내수시장 공백 클 듯…샤오미·오포·비보 판매량 확대
아이폰 점유율도 일부 늘어…갤럭시 증가세 제한적일 수도
LG전자, 미국·한국 공백…삼성전자 vs 애플 경쟁 치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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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화웨이와 LG전자의 철수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리딩 기업들이 점유율 확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지만 샤오미와 오포, 비보, 레드미 등 중국 기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와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 조정에 나선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진 화웨이는 지난해 말 중저가 브랜드 아너를 매각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화웨이가 플래그십 브랜드인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도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브랜드를 매각할 경우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 철수하게 된다.

화웨이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력 스마트폰 브랜드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 입증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화웨이는 매각 계획이 없다. 우리는 스마트폰 사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세계 소비자에게 최고의 제품과 경험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완전 철수설을 즉각 수습했지만 당장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를 매각한 만큼 점유율 경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33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나 감소했으며 점유율은 8%에 그쳤다. 이는 샤오미, 오포, 비보보다 뒤떨어진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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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화웨이와 함께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이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매각, 사업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베트남 빈 그룹이다. 내수 스마트폰 시장에서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LG전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빈 그룹에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할 경우 내수 중심으로 생산하게 된 만큼 글로벌 경쟁은 어려워질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글로벌 점유율은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또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함께 토종 스마트폰의 양대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은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점유율이 축소될 경우 시장 재편이 불가피해진다. 우선 시장 1,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지만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에서는 샤오미와 리얼미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샤오미는 1억458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3위 화웨이와 판매량 차이는 불과 4000만대 수준이다. 리얼미는 4240만대를 판매해 7위에 머물렀지만 전년 대비 65% 성장하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글로벌 점유율 5, 6, 7위를 차지한 오포와 비보, 리얼미는 모두 BBK그룹에 속한 회사로 이들 세 회사의 판매량은 2억6270만대에 이른다. 이는 2억557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보다 많은 수준이다. 특히 오포와 비보는 LG전자보다 앞서 롤러블폰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국 제품의 소비 성향이 강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가 독주했던 종전과 달리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이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에 나서면서 기술과 마케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경쟁은 판매량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LG전자가 올해 1월 CES에서 공개한 롤러블폰.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올해 1월 CES에서 공개한 롤러블폰. 사진=LG전자

애플 역시 중국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4위로 외산폰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5G폰 점유율은 2.6%에 불과하며 4G폰을 포함할 경우 점유율은 이보다 더 낮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글로벌 점유율 2%대로 1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10%대 점유율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 내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긴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인수 후보군 중 한 곳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인수할 경우 미국 내 점유율은 이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베트남 빈 그룹이나 다른 외국 기업이 인수할 경우 미국 내 LG 스마트폰은 공백이 불가피하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미국 내 점유율 공백이 생길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은 역대 가장 치열해질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시장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샤오미가 브랜드 라인업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미는 국내 알뜰폰과 자급제 등을 통해 꾸준히 신작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있으나 글로벌 출시된 것에 비해 모델이 한정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LG전자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샤오미와 오포가 그 빈 자리를 노릴 수 있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국내에 유통망과 수리망을 갖춘 샤오미가 판매량 확대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유율과 별개로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했던 토종기업이 사라지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낳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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